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보다 8살 많은 1941년생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나의 1960년대>>가 하루키의 신작보다 몇일 앞서 국내에 출간됐다. 요시타카는 1964년 도쿄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베트남전 반전 투쟁을 비롯해 일본의 학생 운동을 이끌었다.
'전공투'로 불리던 좌익 '운동권' 학생들은 1968년부터 69년까지 도쿄대 야스다강당을 점거하고 당국에 맞서 마지막 항전을 벌였다. 요시타카는 야스다강당이 경찰들에게 함락되기 직전 잠적했다. 그러나 요시타카는 경찰에게 체포됐고 이후 대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요시타카는 학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며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대학원에서 요시타카를 지도하던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유카와 히데키가 요시타카의 재능이 사장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보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학생들은 사회주의에 심취했다. 이들은 적군파가 되어 1970년 비행기를 납치해 서울에 도착했다. 비행기 조종사가 평양 대신 서울로 향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설픈 10대, 20대 청년들은 김포공항에서 다시 평양으로 갔다. 북한을 사회주의 국가로 착각하고 눌러앉았다. 혁명이 소극(笑劇)으로 끝났다.
요시타카를 비롯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1960년대 세계 체제(베트남 전쟁과 미-일 군사 동맹 체제)와 일본의 경제 개발 제일주의, 기업과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전후에도 계속되는 전시 동원체제, 초국가주의(超國家主義)의 부활에 반발해 깃발을 들었지만 거대한 실패로 끝났다.
'실패한 혁명'이 1949년생, 하루키가 쓴 소설의 재료가 된다. <<상실의 시대>>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학생운동이 절정에 달하던 1968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도쿄대는 학생들이 강당을 점거하는 바람에 문부성이 입시절차를 중단시켜 아예 69학번이 없다고 한다.) <<1Q84>> 의 문예잡지 편집장 고마쓰 역시 '전공투' 멤버였고, <<1Q84>>의 천재적인 문학소녀 후카에리 역시 '전공투' 관련 인물인 아버지를 따라 원시 사회주의 생활을 체험한다.
하루키 문학의 주인공은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려 자폐에 가까우리만큼 타인과의 관계맺기를 거부한채 '개인성'을 추구한다. 또 그들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이념이나 정치, 종교도 아닌 오직 사랑이라고 믿는다. <<1Q84>>의 여자 주인공 아오마메는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다"고 단언한다. 1940년대 군국주의부터 1960년대 사회주의까지 집단적 사고가 휩쓸고간 일본 사회에 대한 반작용 같은 느낌이다.
이번 신작 <<기사단장죽이기>>도 비슷.........
이번 작품에 난징대학살에 대한 서술은 있으나 구체적인 참회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 1960년대 전공투 세대의 한계로 봐야 할 것 같다. 요시타카의 <<나의 1960년대>>를 보면 많은 학생들이 초국가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파시즘으로 망가진 일본 내부를 성찰하는데 그쳤다. 시선은 국경을 넘지 못했고, 타자에 대한 죄의식을 갖지 못했다. '가해자 일본'을 깨닫지 못했다.
여튼 이번 소설에 대해선
"그래도 돈주고 사볼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