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고마웠던 날, 갈매기의 눈빛을 보았다

조용한 바다 한가운데서,

by 그리니 의 창가



명절 연휴가 길어지던 날,
집에만 있으려니 마음이 답답했다.
잠깐 산책이라도 하자 싶어 집을 나섰다.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금세 맑아졌고,
햇살은 쨍쨍하고 하늘은 청명했다.

궁평항에 도착해
갓 튀긴 새우튀김을 한 아름 사서 바다 근처에 앉았다.
파도는 부드럽게 발끝을 적시고,
바람은 머리카락 사이를 스쳤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파란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 위를 자유롭게 나는 갈매기 떼였다.
한 마리 갈매기가 내 곁으로 다가와
무심한 듯, 그러나 말을 건네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시 눈을 마주쳤다.
묘하게 따뜻했다.

갈매기는 무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혹시 나처럼,
그저 오늘의 바람이 고마워서였을까.



"당신의 마음은 오늘, 어떤 바람을 맞고 있나요?"





비바람이 멈춘 후의 하늘처럼,
마음도 그렇게 맑아질 때가 있다.

갈매기의 눈빛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은 존재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