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주7일 노동자가 되었다. 주7일 노동자라는 단어는 유투브에서 호주노예님이 쓰신 용어를 빌어온 것이다. 이 정도면 유투브 애청자. 호주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주7일 하셨다고 한다. 호주 알바 시급이 상당히 높아서 놀랐다. 난 호주노예가 아니라 한국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매일 8시간씩 일하는게 아니므로 주7일 노동자라는 건 다분히 엄청나게 과장이 섞인 말이다.
다만 토요일 세시간에 일요일 한시간 반의 수업이 생겨서 주 7일간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토,일 아침에 수업이 있다는 건 마음에 크나큰 부담을 주는 일이다. 주말 아침 따뜻한 이불 속에서 빈둥거리며 마냥 행복에 겨운 나 자신을 겨우 어르고 달래어 깨워 일으켜야한다. 세 시간만 참으면 자유다. 이렇게 살살 달래어 철딱서니 없는 내가 벌떡 일어나도록 채근해야 한다. 학교에서 일할 때도 칼퇴근을 일삼았던 자가 프리랜서 하면서 주7일이라니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주말에는 원없이 노는 게 진리인데! 거리가 먼 학생이 있어서 주1일만 수업 했으면 하고 말씀드렸는데 굳이 부모님이 일요일까지 두 번은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셔서 얼떨결에 일요일까지 일하게 되었다. 훌쩍~나를 좀 놓아주시오.
평일에는 보통 수업이 세 개 정도이니 근무 시간만 정확하게 따지면 4시간 반 정도이다. 이동거리와 휴식시간까지 합산하면 대략 6~7시간 가량. 가끔 파트로 수업을 더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아야 두 시간 정도 더해진다. 계산도 잘 못하면서 어떻게하든 근무 시간을 줄이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이만하면 미니멀하게 일하고 있군. 만.족.스.럽.다. 월급도 미니멀한 것이 문제지만 서서히 수업은 늘어나고 수입도 따라서 늘어나고 있다고 믿.고.싶.다.
오늘은 두 시간의 엑스트라 학원 수업을 더 하니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일했다. 10시간의 근무시간이라니 이건 진정한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아니다! 반성해야 겠군. 하지만 언제 수업이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프리랜서의 삶이라 들어오는 수업은 무조건 하고 본다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의 '나의 옹골찬 계획'이다. 드디어 인생에 계획이라는게 생겼다.
지난 몇 년간 프리랜서의 삶을 살며 경험한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에 당분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파트 타임 수업을 하려고 한다. 파트 수업은 기간이 일주일에서 한두 달 정도로 짧아서 그리 오래 지속되는 힘든 일은 아니다. 월급이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삶이 아니라 찔끔찔끔 숨통을 틔워주듯 과외비나 수업료가 들어오곤 한다. 하지만 그 몇 십만원이 이체되는 문자를 받는 순간 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인생은 살만하구나. 내 소중한 밥값!
인간은 이리도 단순하고 마음이 호떡 뒤집는 것처럼 왔다갔다하는 존재이다. 그러니 믿지 말자 내 마음도. 오늘 마음이 살짝 불안해도 내일 돈이 들어오는 순간 마음에 반딧불이 하나 환히 들어온다.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 그러니 과외비는 말 안해도 매달 따박따박 이체해주셔야 과외 교사가 다시 살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과연 통장에 얼마가 있어야 만족할까? 아직은 모르겠다. 얼마면 돼?얼마면 되나고? 일단 목표는 한 천 만원만 있으면 마음에 든든한 안정감이 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천 만원이 모여도 이 정도론 부족하지 않을까 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을 하여 더 달리게 될수도 있다. 나이도 있으니 언제까지 일하게 될지 모르는데 하는 걱정 때문에 경주마처럼 더 힘껏 달리게 한다. 그러다 쓰러질라.(관 짜놓아야..) 이래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생활비를 월백으로 대폭 줄이고 나니 통장에 돈은 좀 더 빨리 쌓인다. 천만원이 목표액! 천만원이 모이면 조금 쉬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침맞게 코로나가 종료되어 여행 가기 좋은 모든 상황이 안팎으로 마련 되면 좋겠는데. 그 때까지는 더 달려볼까? 달리기도 못하면서 어디로 계속 달린다는 건지.
반백수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달리려니 적응이 안되기는 한다. 슬렁슬렁 여유자적하며 노는 듯 일하는 듯 사는게 평생의 꿈인데. 오늘도 아침10시부터 밤 9시 반까지 수업이군. 중간에 몇 시간이 비어 있는데 집에 들어와서 쉬면서 잠시라도 딩굴거릴까 탄천에라도 나가서 하루 밤새에 만개한 벚꽃구경을 할까 고민이다. 달릴 때 달리더라도 사십 여년을 사용한 몸과 타고난 저질 체력도 고려를 해줘야 한다. 행복한 고민인가?
그래도 달릴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군말 말고 일단 주7일 노동자로 살아보자. 하지만 전혀 미니멀하지가 않단 말이다.
나도 무아지경 그루밍이나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