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실생활자 김편집 Oct 03. 2015

#09 노랑 튤립

바라볼 수 없는 사랑, 헛된 사랑

[노랑 튤립] 바라볼 수 없는 사랑, 헛된 사랑




그래. 어차피 그 사랑은 날아갈 거였다.

언젠가는, 아무리 먼 곳까지

눈길을 주어 그 모습을 찾아도

결국 공허하게 헤맬 것을 알았다.


그 아름다운 것 하나.

어느 날 돌연 생의 한 길에서 만나

마음을 뺏기고 나서는

한시도 허기지지 않을 때가 없었다.


날아갈 거라고.

언젠가는 가난한 이 가슴을 떠나

이 눈길은 닿지도 않을 곳으로

날아가리라고.


알면서도, 눈앞에서 눈부신

여자를 보느라 남자는

어리석게 제눈이 머는 것도 모른 채

웃기만 했다.


드디어는, 여자 어느 날

무심히 날아간 뒤.

고향을 떠나오고, 비 맞고

눈멀고, 가슴이 찢긴 남자는


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눈부시게 아름답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하염없이 쫓아다니던 이 마음은 무엇인지,

그 시간도, 그 공간도 죄다 모르는 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남자가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아무것도 아닌 눈물을 훔쳐내며

이제 아무것도 될 수 없는

남은 시간을 산다.


그러나 남자.

시린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웅크려 오슬오슬 떨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리.




매거진의 이전글 #08 퍼플 크로커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