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볼 수 없는 사랑, 헛된 사랑
그래. 어차피 그 사랑은 날아갈 거였다.
언젠가는, 아무리 먼 곳까지
눈길을 주어 그 모습을 찾아도
결국 공허하게 헤맬 것을 알았다.
그 아름다운 것 하나.
어느 날 돌연 생의 한 길에서 만나
마음을 뺏기고 나서는
한시도 허기지지 않을 때가 없었다.
날아갈 거라고.
언젠가는 가난한 이 가슴을 떠나
이 눈길은 닿지도 않을 곳으로
날아가리라고.
알면서도, 눈앞에서 눈부신
여자를 보느라 남자는
어리석게 제눈이 머는 것도 모른 채
웃기만 했다.
드디어는, 여자 어느 날
무심히 날아간 뒤.
고향을 떠나오고, 비 맞고
눈멀고, 가슴이 찢긴 남자는
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눈부시게 아름답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하염없이 쫓아다니던 이 마음은 무엇인지,
그 시간도, 그 공간도 죄다 모르는 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남자가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아무것도 아닌 눈물을 훔쳐내며
이제 아무것도 될 수 없는
남은 시간을 산다.
그러나 남자.
시린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웅크려 오슬오슬 떨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