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아름답다
“가자.”
“어딜요?”
“물 구경하러.”
천둥, 번개를 동반한 대형 태풍으로
TV에서는 속보로 요란한 여름 오후.
남자는 느닷없이 여자를 이끌었다.
어느 둔치 앞에 도착한 남자와 여자는
굵고 거친 빗속에서 우산을 부여잡고
누런 흙탕물이
거침없이 빠른 물살로 내닫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자가 태우는 담배 냄새가
거센 빗줄기를 뚫고
여자의 코끝을 스쳤다.
세월이 지나
영화 <화양연화>에서 흐르는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를 들으며
여자는 거센 물살로
무섭게 흘러가던 흙탕물과
그 진하던 담배향이 떠올랐다.
세월이, 시간이
영원히 선명해지지 않을 흙탕물처럼
고스란히 소용돌이치며 지나고 난 후의 일이었다.
붉디붉은 꽃처럼 화려하진 않았으나
돌이켜보니,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