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가 아니라 상태
운동하다가 다쳐서 엄지손가락에 깁스를 했다.
다친 건 손인데 힘든 건 마음이었다.
왜 괜히 안 하던 짓(=운동)을 해서 어이없게 다쳤는지.
왜 더 조심하지 않았는지.
건강해지려고 노력했더니 상황이
더 안 좋아지기만 했다는 게 억울하고 화가 났다.
사지가 다 부러진 것도 아니니
진행 중이던 일을 마쳐야만 했고,
손가락 네 개로라도 해보겠다고 용을 썼다.
맡은 업무가 거의 끝나갈 때쯤엔 수개월간 쌓여온
스트레스가 폭발해 방에 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성숙한 성인이라면 그럴 때 주저앉아 우는 대신
할 일을 했겠지만 나는 그런 어른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스스로를
미숙하다고 탓하지는 않기로 했다.
누구나 눈앞의 상황이 힘들 땐
의연하지 못할 수 있는 거니까.
딱 하루만 나를 봐주기로 했다.
힘들 땐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어도 괜찮다고.
그러기도 하는 게 인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