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상태다
햇수로 7년간의 프리랜서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취직을 했다.
1년 뒤 내 모습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어릴 때는 재미있었지만, 그런 생활이 누적되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불규칙한 삶이 버거워졌다.
자유롭지만 불안한 삶보다는
불편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그렇다면 과연 직장인의 삶은 안정적인가’에 대한
한 차원 깊은 고민은 일단 논외로 하자)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일하고,
회사 밖이라면 마주칠 일 없었을 부류의
사람들과 웃으면 밥을 먹는다.
자본주의적 미소와 리액션 장착은 필수다.
회사 생활을 하며 뜻밖의 좋은 점도 많았다.
일단 불면증이 사라졌고
(너무 피곤해서 누우면 30분 안에 잠든다),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무엇보다 카드 값이 나가는 날이 덜 무서워졌다.
그건 회사 생활에 따르는 모든 부조리를
버티게 해주는 보상이었다.
물론 잃은 것도 있다.
새벽에 하던 감성적인 생각들,
점심 메뉴를 선택할 자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 자유 같은 것들.
그리고 단순한 생활 덕에 생각이 줄어든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마음은 편해졌지만, 글 쓰는 작가로서는
소재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총평을 하자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삶이다.
프리랜서 7년 동안 마음 한편이
‘불규칙한 수입’이라는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반대로 지금은 몸은 회사에 묶여 있어도,
프리랜서일 때보다 불안이 줄어서인지
마음은 더 편안하고 자유롭다.
자유란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상태에 따르는 것이었구나.
때로는 불안이 있던 자리에 깃든
편안함이 익숙하지 않아 부대끼기도 한다.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걸까.
이대로 영원히 안주하게 되면 어쩌나 싶어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다 곧 퇴근 시간을 지나고도 늘어지는
상사의 잔소리가 안도감을 준다.
‘여기에 눌러앉을 일은 없겠구나.
결국 이곳에서도 다시 떠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