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걸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일에 약간의 시간을 들였다면
그에 마땅한 보상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일정량의 돈과 노력을 더 투자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중압감마저 들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당신을 따라붙는다.
전문용어로 ‘본전’ 생각이 난다.
나는 그런 부담감으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문득 ‘걷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산책할 때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걸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 걸을까’
‘어떻게 하면 더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걸을까’
하고 고민하거나 불안감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축지법을 쓰거나 더 요란하고
대단하게 걸을 욕심도 없다.
살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걷지만
걷기에서 만큼은 시간 투자를 한 만큼의
보상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걷는 일이 싫증 난 적은 없다.
으레 우리는 삶을 걷기에 비유하곤 한다.
걷는다는 건 생의 많은 일들과 닮았다.
오래 걸었다고 특별히 더 잘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어떤 일에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해서
꼭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지속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늘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든, 요리를 연구하든, 글을 쓰든.
마치 걸을 때처럼, 부담감을 내려놓고 온전히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더 쉽게 꾸준히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대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내일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또 걷는 것이다.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그냥 계속 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