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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이사의 하루공부 Sep 24. 2019

세상을 읽고 싶다면 반드시 '돈공부'를 해야 한다


3달 전 집을 이사했다. 위치는 서판교. 우리 회사가 동판교에 위치하고 있어서 나는 몇 년 전부터 판교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뉜다


그런데 생각해 볼 만한 한 가지 이슈가 있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당연히 '전세'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이사를 간다고 말하니 "집을 사서 가야 하지 않느냐"고 더 난리법석이었던 것이다.


집을 사라는 이유는 익숙했다. "부동산은 불패야", "언제까지 계속 이사 다닐래? 이사다니기 귀찮지도 않니?", "집은 기다리면 못 사. (돈 모아서 사는 게 아니야 대출로 사야지)" 뉴스 미디어를 살펴봤을 때도 집을 사라는 쪽이 9:1로 우세해 보였다.


나는 어떤 판단을 했는가?


먼저 말해둘 것은 부동산은 '뭉탱이'로, 일괄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대세가 어떠어떠 하다해도, 지역별 단지별로 오르고 내리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조언한다. 정말 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최소 5년 정도의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현장에 꼭 가서(가능하다면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꼭 살펴보라고 말이다.


아내와 내가 점찍어 둔 서판교 아파트 단지의 흐름은 어떠했을까? 호가에 있어 거품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최소 2년(=전세기간) 동안 집값이 10~20%는 더 빠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값은 천천히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전세를 택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단지의 실거래가 추세 - 떨어지고 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작년 9.13 정부정책으로 실거래가가 계단식으로 빠지고 있다. 전세를 택한 건, (아직까지) 잘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재 시세는 고점 대비 1억원까지 빠졌다. 우리가 이사할 때보다는 매매값이 3~5천 정도 빠졌다. 전세값도 2천만원 정도 빠졌다.


조금만 더 늦게 이사를 했다면 2천만원도 세이브하고, 예적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겠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직주근접성도 있고, 이전 집에 사는 데 불편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우리의 예상이 맞다면 전세 기간이 끝날 때 즈음 (또는 전세를 한 번 더 살고나서) 집값은 더 떨어져 있을 것이고, 그 때 우리는 매수 타이밍을 노려보고자 한다.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그래야 거액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자 그런데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고 전제했을 때, 우리가 세 달 전에 전세를 택하지 않고 매매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0~20%만 빠진다 해도 수억원이 내려가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나의 마음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억단위가 애이름도 아니고 저축을 해서 모으려면 정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본업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다른 쪽으로 정신이 분산되었을 것이고 자산 뿐만 아니라 커리어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실제로 분당구의 과거 10년 집값 추이를 살펴보면, 이런 경우가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에 약 8억까지 가던 아파트가 2010년 5억 초반에 거래가 되었고, 2012년에는 4억 후반 때까지 빠졌다. 그러면 2019년,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8억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10년 전에 이 아파트를 산 집주인이라면 지금 기분이 어떨까? 아니 지난 10년 동안의 기분이 어땠을까? 인플레이션 요소를 차치하더라도 2008년 이전 값을 회복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은 실거래도 끊긴 상태고 아파트는 더 낡아졌다. 앞으로 집값은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인 사이토 히토리의 말에 동의한다.


"오늘날 '돈공부'는 필수입니다."


그에 의하면, 1980년대의 필수 공부는 국제관계였다.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냉전시대, 핵한방이면 지구 공멸의 위기가 있었던 때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상태는 이제 풀렸고 글로벌 자유경제가 시대가 열렸다. 우리가 사는 기본 체제가 국경이 사라진 돈의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경제, '돈 공부'를 해야 한다.


경제공부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


나는 미래의 경제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 경제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 예측은 신이 아닌 이상 틀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경기하강이 2년 후일지, 3년 후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경제공부를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경제 공부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그 중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그려보며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최악에 대비한다는 것은 다른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벌어졌을 경우, 모두 나에게 '이득'으로 작용함을 말한다. 내가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시세차익'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건 덤이고, 최악의 손실을 면하는 것, 이것이 먼저다.


워렌 버핏의 2가지 투자 원칙,
첫 번째, 원금을 손해보지 않는다.
두 번째, 첫 번째 원칙을 잃지 않는다.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MBA를 전공하면서 나름 경제에 관해서는 계속 공부를 해왔다. 한국은행, 통계청, 산업통상자원부, KDI 등의 보고서는 꼭 보려고 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 두뇌들이 모인 곳으로 상당한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고퀄 보고서들이 정기적으로 발간된다. 이런 보고서를 직접 쓰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읽기는 해야 할지 않을까? 아파트와 같은 수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데, 이 정도는 공부하고 투자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최근에는 위 자료들을 정리하여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매회 약 1만명 이상이 시청을 해 주시는데 반응이 괜찮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 "어떻게 경제공부를 시작해야 하나요?"


이에 나는 뉴스미디어의 말은 곧이 곧대로 믿지 말고, 한국은행, 통계청, KDI와 같은 기관지를 주로 보시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게 썩 좋은 답변이 아니었다. 기관지 보고서들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최근에 정말 좋은 책이 한 권 출간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1등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박사의 <돈의 역사>다. 이제 기관지와 함께, 강력추천 할 수 있는 책이 생겼다.




이 책을 왜 추천하느냐?


어느 한 분야를 처음 공부할 때, 내가 추천하는 공부법은 이렇다. 학문의 디테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큰 그림을 먼저 파악하라는 것.


예를 들어 당신이 심리학을 공부한다고 해보자. 아들러, 프로이트, 칼융처럼 한 사람의 사상에 대해 바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개론서를 읽으면 시간 대비 더 효과적이다.


개론서 중 가장 좋은 건 바로 역사다. 심리학의 역사가 잘 녹아져 있는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프로이트와 융이 왜 갈라졌는지, 뭐가 다른지, 이런 점들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숲을 파악한 후에 나무인 칼융이 맘에 들었다면, 그 때 칼융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대학교 다닐 때 경제학과의 필수 커리큘럼은 이러했다.1학년 때 경제학 입문을 들어야 했고, 2학년 때는 경제학설사가 필수과목이었다. (경제학설사 심화편은 선택이었는데, 나는 이것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 기반 위에 재정학, 경제수학, 계량경제학 등을 공부했다.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매우 효과적인 스케쥴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의 역사가 잘 녹아져 있는 책으로 시작하는 건, 어떤 분야든지 첫 스타트에 매우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 대학교 때의 커리큘럼만이 아니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마찬가지다. 그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독서를 함으로써 보낸다. (주식시세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읽느냐? 기관지 보고서들도 2순위이며, 제 1은 역사서다. 괜찮은 신간이 나오면 바로 본다. 왜 그럴까?


인간은 과거나 현재나 똑같기 때문이다. 욕심은 끝이 없고, 실수를 반복한다. 그는 역사 공부를 통해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투자의 지름길이며 전부라고 말한다. 버핏 뿐 아니라 최고의 투자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역사와 같은 인문학 공부는 필수 공부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돈의 역사>는 금융과 역사를 결합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서로서, 경제공부, '돈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정말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 홍춘욱 박사는 <돈의 역사>를 쓰는 것을 20년 전부터 구상해 왔다고 한다. 그만큼 '역사'를 쓰는 데에 있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리라. 실제 목차를 보면 방대한 역사를 다루는 지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세계 50대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15세기부터 현대 경제, 한국 경제까지 다룬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제목과 내용들을 몇 가지 언급해 보겠다.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할 수 있는가? (함께 열공해서, 꼭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피같은 자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Q)

프랑스는 왜 만년 2등이었을까?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풍부한 식량에 강한 군사력까지 뒷받침되어 있었는데, 왜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에 밀렸을까?


국가의 개념이 점점 희미해지고, '기업의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그 중심의 주식회사 제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거품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튤립파동을 통해 부동산, 주식, 그리고 비트코인을 해석해 볼까?


대공황은 왜 일어났는가? 금융기관, 은행은 어떻게 출범했을까? 왜 그들은 망했을까?


놀라운 점은 또 있다. <돈의 역사>는 서양 경제사만 국한시켜 다루지 않는다. 송나라와 명나라를 시작으로, 청나라의 흥망성쇠를 돈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리고 일본에 이어 한국의 현대 경제사도 다룬다.


언제 동양과 서양은 본격적으로 만났는가?


왜 동양에서는 산업혁명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동양 경제가 언제부터 서양에 역전이 되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전쟁에서 패한 독일과 일본은 어떻게 그토록 빨리 회복할 수 있었을까?



<돈의 역사>에는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사람들의 실수와 치명적인 실패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리는 이를 공부함으로써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가치다)


오늘날 경제지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영국의 혈맹관계에서 비롯된 말도 안되는 후원 행위들, '플라자 합의'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협상안을 일본이 왜 받아들였는지, 잃어버린 20년을 만든 어처구니 없는 정책 오류들 등. 이런 사건들을 볼 때, 정말 지금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역사를 통해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면, 그리 먼 일이 아니다. 우리집이 전세를 택한 것도 그렇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소수자의 목소리였다. 다수는 집을 사라고 말하고 있었다. 맥락이 현대로 바꼈을 뿐이지 외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고 강했다. 인간의 성정은 똑같은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책의 7부에 와서는 1997년 우리나라의 IMF 위기와 기적같은 성장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숨쉴틈 없이 단번에 읽었다. 바로 앞 챕터인 일본 경제는 어떻게 무너졌나? 와 함께 한 번 더 재독하면서, <웅이사의 하루공부> 유튜브 방송에서 다뤄보려고 한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움! 급성장하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단번에 미국의 80%까지)


지금까지 한국인이라면 평균 70~80% 자산이 들어간다는 부동산과 관련해 최악을 대비하면서 나름 선택을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양질의 출처 자료들을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지식에 있어 나는 앞으로 더 단단해질 것이다. <돈의 역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재독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하나의 관점으로 서술한 책이 발간된 것에 반갑고 기쁘다.


다른 많은 분들도 최소한의 경제지식을 갖추고 근거도 없는 '~카더라' 통신에 당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셨으면 한다. 50대의 역사적 사건들만 알아도 여러분은 한참을 앞서가는 인사이트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렵게 피땀흘려 번 돈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역사>를 두 번, 세 번, 강추할 수 밖에 없다. 이 한 마디를 꼭 유념했으면 좋겠다. 내가 평생 모아놓은 돈을 지킬 수 있다는 것. 이 책 한 권으로 그 기초를, 바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웅이사의 하루공부>에서 경제를 다룰 때, 이 책은 주춧돌이 될 것이다. 이 기반 위에 기관지들을 계속 살펴보면서 쌓아갈 것이다. 이제 공부할 루트가 분명해졌으니, 이제 졸꾸(=졸려도 꾸준히) 할 일만 남았다.


'돈공부' 한 번 제대로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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