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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인생,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

삼류인생 이란, 사유할 수 있는 자유와 여유가 있는 삶

'삼류인생'이란 뭘까?

회사로 출근하던 발걸음은 일 할 곳이 있고,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행복함을 주기에 힘차기도 했지만 사계절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24절기는 책으로 밖에 배우지 못했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나에게는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것 외에 그건 별다른 일은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는 삶을 그만두었을 때 내 삶이 저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기는 소속과 월급이 사라지게 되고,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제때에 못 내게 되어버린다면 회복 불가능한, 삼류인생이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올해는 산수유나무를 통해서 봄을 느낀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물론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전보다 내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가 내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삼류인생의 '삼류'를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금 정의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삼류인생이란 '사유'할 수 있는 '자유'와 '여유'가 있는 삶이라고 말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자연 속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농사일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흙을 만지는 일에는 사실 큰 흥미가 없었다. 주변에 농사짓는 사람이 있지도 않았고, 어른이 된 나에게 자연이나 농사라는 것은 내 삶에서 오랫동안 잊혀진 기억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처럼 유기농업을 하는 농장과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해주는 우프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여행자들과 농사일을 거들고, 밥을 만들어 나눠먹는 이 사건을 통해 내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다. 유기농업을 배우는 워크숍을 다녔고, 다양한 방식의 농사와 원예(가드닝)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무심코 버려진 농산물을 통해서도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삶과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흙은 옷에 묻으면 바로 털어버려야 하는 것쯤으로 여기면서 살았다. 정작 내 입으로 들어가는 많은 음식들이 흙에서 길러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회사에서 일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나라는 사람,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내 몸과 마음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마치 내가 자신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처럼 나는 자연, 농사, 흙을 잊고 살았다.

커다란 흙수저, 삽을 들고 돌아다니게 되면서 나는 서서히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갔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조금이라도 본래의 야생성이 있어서 내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사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연을 통해서 다시 얻게 된 힘일 것이다. 


농사일을 통해 경제적으로 온전히 자립할 생각도 지금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100%의 자급자족과 농사일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모든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그것도 욕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체력으로, 자연을 느끼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방식으로 해나가면 된다고 결론지었다. 


자연과 교감하며 행복해지기 위해서 많은 시간, 넓은 땅, 강인한 체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화분에서 올라오는 새순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고 오롯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 직업적인 농부나 가드너가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나 일상에서 평범한 농부나 가드너가 되어 자연의 협력자가 될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2017년 3월, 봄이 왔다. 무엇이든 뿌리고 심다보면 무엇이든 자란다. 

아무것도 심지 않으면 아무일도 안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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