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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하 Dec 15. 2021

12월, 크고 작은 마음의 조각들

Please take care of yourself!

1. 후회

한번 내뱉은 말은 오래도록 상처로 남아 서로의 관계를 긁고 또 긁는다. 곱절의 시간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후회한다. 가끔은 내 모습에 내가 실망하는 오늘 같은 일들이 언제가는 영영 사라지기를. 아이에 대한 감정을 느끼며 육아를 하기엔 내가 아직 참 철이 없구나 아직 멀었구나를 실감하며 과연 내가 그 언젠가는 나아질 것인가? 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자라난다. 정말 어려운 엄마라는 직책. 배우자 한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도 이렇게 버거운 내게 내가 책임져야 할 새로운 생명체를 케어한다는 건 대단한 일인 것이다.


2. 따사로운 마음

가족의 힘이란 초여름 날씨 같은 것. 엄마 말 커터인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고 잘 들어주기 미션에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별것 아닌 일에 왜 그렇게 열을 냈는지 모른다. 괜히 일렁이는 기분. 아침 일찍 필라테스에 다녀오고 브런치를 즐기며 부리는 여유,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참 좋다. 최근에야 제대로 느껴본 한가로움이란 감정. 평일엔 거의 독박 육아였는데 정기적인 운동을 시작하며 엄마가 육아를 도와주니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신선도 100%에 육박하는 리프레쉬됨을 다시 느낀다.


3. 부족함 없이 행복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것도 티 한 잔을 우리며 잔잔한 드라마나 디즈니 플러스 채널에서 클래식한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또 보는 지금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 같아 행복한 나날. 우리만의 작은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도 설레고 아침형 생활 연습도 이틀 연속 성공했다. 충분한 휴식과 에너지 넘치는 홈트레이닝, 맛있는 요리로 행복해진 날. 오늘의 행복도 이 정도면 다 채웠다 생각했다. 기나긴 겨울잠을 자고 싶을 만큼 피곤했는데 어느 정도는 체력을 회복하고 있어 다행이다.


4. 낫 배드

폭풍우 내리치던 정신 탈출 월요일. 나는 내가 조급해질 때가 가장 두렵다. 한 템포 쉬고 나를 바라보는 힘, 언제쯤 진정한 여유를 갖게 될까. 맘처럼 되지 않음에 불안함은 커지고 그러다 일을 내고야 마는 지겨운 루틴. 그래도 오늘은 한걸음 나아간 기분!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있으니까. 한동안 쏟아지던 빗방울이 잦아들 때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한가로운 저녁을 보낸다. 일일 운동량을 기록해나가는 요즘의 내가 정말 좋다. 조금씩 강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5. 바른 자세

바르게 앉고 서고 걷는 일. 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너무 곧거나 구부리지도 않게 적당히 펴고 어깨는 차분히 내리고 정수리와 뒷 목선은 누군가 위에서 잡아당기듯이 서울 구경 나간 듯 쭉 솟아 올리고 턱은 당기는 집중력. 팔자로 틀어지지 않게 무릎을 부딪히듯 일자로 걸음을 내딛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귀가하고 나니 시작되는 전신 통증. 꾸준히 플랭크도 하고 홈트도 챙겨서 체력을 한 단계 한 단계 쌓아나갈 계획이다.


6. 일찍 잠드는 습관

육아를 하며 규칙적인 수면을 지켜나가는 건 몹시도 어려운 일이지만 차근히 이뤄나가 보기로 한다. 출근은 하지 않지만 내가 정한 큰 틀 안에서 해야 할 일들을 챙기며 너무 느긋하지도 너무 서두르지도 않고 적당히 해야 할 일들을 꼼꼼히 챙기고 미루지 않으며 지각(?) 하지 않는 삶. 도처에 깔린 엄청난 유혹들이 수시로 찾아오지만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며 조금은 타이트하게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한다. 모든 면에서 부지런한 참새의 일상은 도움이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무언가에 쫓기지 않으면서 능률적으로 일과를 보낼 수 있는 힘. 한가로움과 분주함이 공존하는 몸과 마음의 진실한 여유 찾기.


7. 활력소들

따뜻한 오늘의 티나 커피를 마시며 쉬는 겨울의 한 템포. 키감이 좋은 키보드로 일기를 쓰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일이었나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해 밀어둔 마음의 짐들을 거두는 기분이다. 찰나 같은 점심, 화창한 날씨와 산뜻한 바깥바람을 환기로나마 만끽하며 틈이 생긴다면 잠깐의 집 앞 산책(동네 한 바퀴는 새벽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예상보다 빠른 정시(?) 육퇴를 하며 나를 위해 쓰는 시간들. 책도 읽고 파라핀 치료기도 하고 밀린 드라마도 보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날렵함. 매일 거르지 않고 소소하게나마 운동을 하는 뿌듯함. 자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단 몇 문장이라도 섬세하게 끄적이는 일기 쓰기의 홀가분함. 남편과 아기와 사랑 가득한 대화와 이 모든 일상에 대한 감사함. Everyhing is perfect! 가끔은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한 내 일상이 내겐 더없이 완벽하다고 종종 생각한다. 실로 요즘 나의 참 행복들로 인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느낀 나날들.


8. 청소

고되지만 청소하는 일 자체가 때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냉장고 한켠에 밀어둔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하고 청소기 먼지도 싹 털어내고 나니 한결 후련한 기분. 총체질부터 걸레질까지 일과가 끝나면 달콤한 만족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뽀득뽀득 설거지와 청소의 미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빳빳하게 털어 너는 이불 빨래까지 끝내면 더할 나위 없다. 집이라는 공간, 결혼 전엔 정말 몰랐다. 이토록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육아 중에 집 청소란 정말 전쟁 틈에 식사처럼 정신없이 해내야 하는 일이지만 목표로 설정한 부분만이라도 완료할 때면 정말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가드너라는 닉네임을 주로 쓰고 좋아했는데 이 이름이 좋았던 이유를 되새겨본다. 하루하루 일상을 가꾸어 나가는 것. 하루하루 내 주변을 단정히 정리하고 정돈하고 청소하는 일들이 내게 주는 행복들에 대하여 조곤히 곱씹어보는 오후. 오늘도 무탈히 보낸 하루에 박수를.


0. 추신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도, 마음 한편으로 짠하게 돌아보는 일도 결국 내 마음은 이미 지혜로운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른 척 어물쩍 넘어가다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날이 머지않았단 생각에 속상함과 후련함이 함께 밀려드는 어떤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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