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7번 유형의 특징
일요일 저녁, 어느 때와 비슷하게 벌써 다음날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심난하다.
요즘 유튜브를 넘기다 보면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영상 속 주인공은 회사 다닐 때보다 벌이도 훨씬 좋고, 삶의 만족도도 훨씬 높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한다.
이런 영상을 보면 혹시 나에게도 진짜 적성이 따로 있는데 내가 놓치고 괜히 다른 곳에서 시간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여행이 좋아서 여행사 마케터로, 책이 좋아서 출판사 마케터로 일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시험봐서 노무사가 됐으니 파랑새는 그만 찾고 여기서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만 이렇게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것인지,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해서 다니는 것인지 궁금하다.
답답한 마음이 들던 차에 MBTI 말고 ‘에니어그램’이라는 또 다른 성격분류 이론을 알게 되었다. MBTI는 비교적 최근에 기업의 인력 운영을 위한 도구로 개발된 것이다. 이에 반해 에니어그램은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기 이해와 성장을 돕기 위해 개발된 성격 분류 이론이라기에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파편적인 정보말고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해 ‘에니어그램의 지혜’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검사를 하니 나는 ‘7번 유형 : 열정적인 사람’이 나왔다.
7번 유형의 특징은
다방면에 지식을 가진 사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
재치 있는 사람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
안목 있는 사람
에너지가 많은 사람
그런데 이런 7번 유형의 장점보다 7번 유형의 단점에 대한 설명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뭔가를 빨리 배우는 능력이 7번 유형에게는 어려움을 만들어 낸다. 7번 유형은 다양한 것들을 쉽고 빠르게 배우기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이들은 힘들게 얻었다면 소중히 여길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 346p
“7번 유형은 이 불안에 두 가지 방식으로 대처한다. 첫 번째는 마음을 항상 바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가지 프로젝트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다 보면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는 의식 밖으로 몰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7번 유형은 시행 착오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본질의 안내를 잃은 상실감에 대처한다. 이들은 무엇이 최선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한다. 아주 깊은 내면에서 이들은 자신이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마지막에 자신이 진정으로 찾는 데 대한 대체물에 만족하고 만다(“내가 진정으로 만족한 것을 가질 수 없다면 그냥 즐기면서 살겠어. 나는 모든 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아.”)
-347p
정말 내 마음 속의 불안과 불만을 그대로 정리해놓은 느낌이었다.
뭐든지 쉽게 배우고 금방 따라하고 잘 하지만, 그만큼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분야도 시도해보고 싶어한다. 나에게 더 잘 맞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하며 찾아 해매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그냥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 필요없고 그냥 즐기면서 살자라는 태도를 갖게 된다.
7번 유형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첫째, 분주한 활동을 줄이기
둘째, 명상을 통해 고요한 마음 유지하기
셋째, 평범한 것에서 행복을 찾기
넷째, ‘즉각적인 전문가’ 신드롬을 조심하고 한 번 시작한 일을 끝마치기. (새로운 일로 도망치지 말기)
내가 7번 유형인 것을 알았다고 갑자기 가기 싫던 회사가 가고 싶어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진 않을까, 더 나은 삶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은 사라졌다. 이런 불안과 불만족이 내 성격의 특징일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꾸 새로운 것을 쫓기보다는 현재 자리에서 만족하고, 지금의 전문성을 더 키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아주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래도 출근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