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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Oct 30. 2023

살아 있으니 그런 것이다
뭔가를 하니 그런 것이다

관계의 갈등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와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인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설령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변한다.

나는 그것을 그 사람의 변절이라 생각했다. 오만이자 오판이었다.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내가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크다.


나는 한결같다고 여기고 있지만, 정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았음을 밖에서 보는 타인은 알고 있지만, 안에서 보는 나는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나를 볼 때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건지, 왜 여전히 그런 생각에 잡혀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러다 그냥 내가 살아 있어서 그런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돌조차도 세월의 풍파에 깎이고 깎여 형태가 변하는데, 살아있는 유기체인 나는 오죽이나 많이 변하겠는가. 하고 말이다. 외모가 변하든 심성이 변하든 살아 있으니 자꾸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어 그저 숨만 쉬는 게 아니라 무언가 활동을 하면 타인과 부딪히는 일은 더욱 많아진다.

누구도 나와 같을 수 없다. 나와 같다고, 동일하다고, 동지라고 여기는 순간 오해는 시작되고, 원망을 낳는다.

내가 생각한 기준치가 있듯, 상대가 판단하는 상식선이 있다. 이것을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동일한 교육을 받고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나만의 생각과 주장은 남아 있다.


나에게는 옳은 일이다. 그러다 그게 상대에게도 그런지는 한발 떨어져 생각해 봐야 한다.


장기하 님의 일침. <그건 니 생각이고> 하.... 잘생긴 얼굴로 뼈 때리는 말 들으니 더 아프네

 

장기하 씨의 일침에도 불구하고 방어하려는 입장에서 변명을 하자면, 

그건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반응도 없다.

맞든 틀리든 일단 뭔가를 내뱉으니까 충돌이 생기고 갈등이 발생한다.


손님, 동료, 친구, 심지어 가족이라 해도 맞을 수가 없다. 왜 내 말대로 안 하는지 내가 자식을 보며 속상하듯, 부모님도 나를 보며 한숨을 쉰다. 깎여서 다듬어져 가야 한다. 앞으로도 무수히, 까마득히, 아득할 정도로 많이 말이다. 유한한 시간과 경험을 무한대에 놓은 것처럼 그 안에서 인격과 성정을 연마해야 한다.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행동으로는 도무지 실천력이 제로인 상태, 하여 자칫 무기력에 빠질 수 있으니, 

그때는 나의 살아있음과 활동에 대해 자각을 하고,

그러다 선 넘는 생각이 삐죽 솟구칠 때면 <그건 니 생각이고>를 곱씹어 봐야겠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곡, 그건 니 생각이고. 들으며 반성합니다.


제목 사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 시위, 프라도 거리,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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