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만 커다오
둘째가 중학교에 입학했어.
세상에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니.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돌 무렵에 스페인에 온 녀석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지나 이젠 중학교에 들어가네.
아이의 반에 전학생이 한 명 왔대.
녀석처럼 외국인이 아니고 스페인 애야.
그런데 그 친구가 수업이 끝나고 울더래.
아무리 말이 통하는 곳이라 해도 낯선 환경인 건 어쩔 수 없는가 봐.
그걸 보고 둘째 녀석은 자기가 여기 전학 온 첫날이 기억났대.
녀석도 울었거든. (창피하지만 아빠인 나는 몰랐어. 대체 아는 게 뭘까?)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줬대.
넌 뭘 좋아해?
그 친구는 수학을 좋아한다고 했대.
그 말을 들은 둘째 녀석이 어, 그래? 나도 수학 좋아해. 했대.
그렇게 해서 둘은 그날로 친구가 됐다지 뭐야.
마음밭이 착한 둘째.
듣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둘째.
세상 둘도 없는 보물.
우리 식구를 잘 아는 오래 알고 지낸 누나가 말하길,
첫째는 얼굴은 나를 닮았지만 성격은 엄마를 닮고,
둘째는 그 반대라 나는 첫째보다 둘째와 더 잘 맞을 거라 했다.
아이들을 볼 때 얼굴만 아빠를 닮았나 엄마를 닮았나 했지,
성격은 여태껏 생각을 못했는데, 듣고 보니 정말 그런가? 하며 웃었다.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까칠하다는 점.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좋게 봐서 세심하다 섬세하다라고 하고 싶지만, 예민하고 까다로운 건 일단 인정해야 한다.
뭔가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걸 볼 줄 모르는 구석이 있다. 일종의 집착이랄까.
책을 좋아해 혼자만의 시간도 좋아하지만 친구를 만나 노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삐지면 오래간다.
덤벙대며 물건을 곧잘 잊어버린다.
동일한 패턴으로 실수를 하고도 여간해선 고치질 않는다.
...
좋은 점을 좀 더 쓰려했는데 하나를 빼곤 전부 문제점만 나열을 했네.
내가 부모라서 고쳐야 할 점만 보이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나라는 인간이 저렇게 생겨먹은 걸까.
하아, 그나저나 저런 성질을 지닌 애가 나와 닮았단 말이지.
그럼에도 아이의 선한 마음과 행동에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진다.
여름휴가 이후 본격적으로 본업을 시작해 멀리 있어 그런가
녀석의 순박한 웃음이 더 생각나고 그립다.
(이걸 막내 딸랑구가 보는 날, 자기 글도 써달라고 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