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샤워다.
샤워하면서 하는 일은 그날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하면서 무얼 잘못했는지, 누구한테 어떤 말을 한 게 후회가 되는지 되짚어보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다.
늘 아주 사소하게라도 나의 순간을 후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반성한다.
엄마한테 이 얘길 하니 엄마는,
얘, 너무 완벽할 필요는 없단다,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완벽’이라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온전히 쉬려면 완벽하게 하루 루틴을 다 끝내고, 양치도 하고, 청소까지 반드시 끝내야 그제야 쉴 수 있다.
해야 할 일 10가지 중에 단 1가지라도 빼먹으면 그건 내게 온전한 쉼이 아니다.
내게는 그게 바로 최악의 상황이다.
‘완벽’ 하지 못한 것.
이전에는 줄곧 외적으로만 완벽함을 추구했던 것 같다.
외모도 있을 것이고, 옷차림도 그러하다.
집안일이나 해야 할 일들도 그러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이제 내면도 완벽했으면 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 말을 해서 상대가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다, 사과해야지.
오늘은 이렇게 해서 후회된다, 나 진짜 어쩌지?
외부와 접촉이 있는 날이면 꼭, 반드시, 기필코 샤워할 때 거쳐가는 코스다.
아무 생각 없이 샤워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전에 일했던 학원에서는 친했던 동료 선생님에게 뜬금없이 사과한 적이 있다.
그분은 당연히 어리둥절했고, 나는 그런 결과를 그렸으면서도 민망해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게는 그게 ‘완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요새 다른 사람들에게도 완벽을 바라는 것 같다.
그 누구도 내게 완벽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예쁘고 싶고, 옷도 잘 입고 싶고, 똑똑하고 싶고, 재미있고 싶고, 저축도 잘하고 싶고, 일도 한 번에 잘하고 싶다.
그런 부담감이 내게 요새 쓸데없는 말을 하게 한다.
‘난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이럴 때 반응을 이렇게 해줘야 돼.’
그러다 보면 자연히 마음에 없는 말을 하게 되고, 마음에 없는 불평을 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집에 와서 목욕재계를 하며 자아성찰을 할 때 후회가 된다.
오늘은 내가 뱉은 말에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없는 불만이라면 구태여 불만이 있는 척하며 상대에게 동조해주지 말자고 다짐했다.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이라면 뒤에서도 하고 싶지 않다.
오늘도 목욕재계하면서 많은 자아성찰이 오고 간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