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이 오면
첫눈이 왔다. 그것도 함박눈으로.
눈이 많이 쌓이면 도로 사정을 걱정하고 출퇴근을 걱정하는 삶을 살지만
아직도 눈이 오면
조그마한 술집에서 술 마시다 뜬금없이 후배에 고백을 받았을 때나
내리는 눈을 혀를 내밀어 맛을 보다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나,
사소한 걸로 투닥거리다 눈 내리는 창밖으로 물건을 집어던졌던 기억과
이별을 직감한 순간에 술 마시며 보았던 포장마차 한 켠의 뿌연 김서림을 기억한다.
하림의 음악처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졌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서로 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아직도 눈이 올때면
눈을 보고,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잘 살고 있겠지. 뭐. 커피나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