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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Oct 15. 2020

간헐적 채식주의.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육식주의자.

결혼 후 임시 전업주부가 되면서 제일 먼저 바뀐 건 식생활이었다. 친구와 함께 살 땐 보통 시켜먹거나 불을 쓰지 않는 음식을 먹었는데 그마저도 점심은 회사에서, 저녁은 데이트하면서 외식을 했기 때문에 사실 요리와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가 된 이상 매번 시켜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점심은 간단하게 먹어도 저녁은 남편(한식파)과 같이 먹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은 요리를 할 수밖에. 


처음엔 의욕에 넘쳐서 매일같이 레시피를 찾아가며 저녁을 차렸다. 김치찜, 쌈밥, 닭볶음탕, 수육 등 내가 좋아하는 한식 메뉴 위주로 구성했는데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한정적이다 보니(한식 안 좋아함) 어느 순간부터는 메뉴 돌려막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메뉴는 점점 고정이 되어가고 매일은 아니지만 매주 먹는 음식에 남편도, 나도 점점 질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원래부터 요리와 친한 편이 아니어서 그나마 간편한 요리를 찾아 하다 보니 주로 만드는 음식은 전부 고기 요리. 세상 모든 소, 돼지, 닭의 씨를 말릴 기세였다. 이대론 안 되겠는지 남편이 말했다. "우리 너무 고기를 자주 먹는 거 같지 않아?"


Photo by Lefteris kallergis on Unsplash


정곡을 찔렸다. 그동안은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식이 더 맛있으니까, 요리하기 편하니까 등의 이유로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이어왔다(그렇다고 육식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건 아님). 그런데 정도를 넘었다. 애써 무시하던 불편한 마음들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을 불편하게 한 건 육식을 함으로써 환경을 엄청나게 파괴하고 있다는 것. 머리로도 알고 가슴으로도 알겠는데 문제는 채식이라는 대안 앞에 서있는 거대한 벽이었다. 예전부터 채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데다 입맛은 철저히 육식주의. 그러다 보니 채식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채식요리에 대한 데이터도 있을 리 만무했다. 미지의 세계인 채식은 나에겐 그냥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거리를 조금 좁혀나가기로 했다. 간헐적 채식주의지만 마음만은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로 살기로. 아직까지는 채식보단 육식의 비중이 높지만 점점 바꿔나가는 중이다. 가급적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먹고 가끔이지만 아예 채식만 할 때도 있다. 서서히 바뀌고 있다.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있다. 일단은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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