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였던 것 같다. 아마 2015년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 당시 내 첫 직업을 이용해서 글을 써보겠다는 불타는 열정으로 브런치 작가에 지원을 했었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였는지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야근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첫 회사를 나와서 4번의 이직(한 번은 재입사...)을 하고 6번째 퇴사를 앞둔 지금에서야 잊혀져있던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에 지원할 때만 해도 영화 홍보사에 다녔던 내 직업을 살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다다다 쏟아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첫 글이 퇴사 이야기가 되었다. 그것도 퇴사를 하루 앞두고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쓰는 흔해빠진 퇴사 이야기.
한 두 번도 아닌 퇴사인데 여전히 어렵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처음은 쉬웠고 지금은 어렵다. 어느새 나이는 서른셋, 경력은 이도 저도 아닌 그런 상태인데 대책도 없이 사표를 던졌다. 누군가는 '얘는 어쩌려고 이러나' 하고 탄식을 내뱉을지도 모르겠다. 나조차도 그러니까. 그래도 어떡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내가 이 일에 맞는지 안 맞는지, 이 회사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그만 고민하기로 했다. 그냥 지금의 회사와, 대표와 나는 갈길이 다를 뿐(물론 회사 욕을 하자면 끝도 없다).
퇴사를 고민하면서 고통을 받은 건 내가 아닌 내 주변 사람들이었다. 뭘 해도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에 짜증이 겹쳐지고, 방향을 잃은 분노와 짜증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퇴사가 전부였다. 내 퇴사가 곧 모두의 행복이랄까.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퇴사를 하루 남겨 놓은 지금은 그냥 홀가분하다. 계획 따윈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괜찮아질 거다. 5번의 퇴사로 얻은 경험치라고나 할까.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은 얼마나 자유롭고 또 얼마나 무거울지 모르겠지만 살짝 들뜬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그런 다음 우린 모두 7월의 한낮, 무더운 바깥으로 나갔다. 그때 형태가 잡히지 않은 채 우리 앞에 놓여있던 그 열린 시간에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을 해야 했을까. 자유로워 깃털처럼 가벼웠고, 불확실하여 납처럼 무거웠던 그 시간에. -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