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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Apr 06. 2020

미니멀 라이프는 어디로.

내 집 아닌 우리 집.

Photo by Wes Hicks on Unsplash

지난달 말, 신혼집으로 이사를 했다. 정리할 게 왜 이리도 많은지 브런치에 글을 쓸 정신이 없었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은 이삿짐 사이 어딘가에 같이 쑤셔 박아 놓고 이제야 발견. 잠이 안 오는 밤이 돼서야 노트북을 켰다. 이사를 하려고 짐을 싸다 보니 적다고 생각했던 내 짐만 해도 한 트럭. 거기에 남자 친구의 짐까지 더해지니 좁은 투룸이 꽉 차 버렸다. 내가 원하는 집은 말 그대로 '미니멀'하길 바랐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신혼집 정리 지옥이 시작되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집 정리에 지쳐 주위 사람들에게 도대체 언제 끝나냐고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두 달.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일주일이면 끝날 거라는 내 생각은 정말 택도 없는 소리였다. 그나마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두 달까진 안 걸릴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신혼집을 꾸미면서 남자 친구와 나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버리라는 나와 그래도 언젠가 쓸 수도 있으니 그냥 두자는 남자 친구 사이에 합의점을 찾기란 어려웠다(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하다). 비움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한 인테리어는 남자 친구에겐 비어있어서 채워 넣어야 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려놓은 집이 너무나 명확했고 가구도 그에 맞춰서 (최소한으로) 구입했기에 이사를 하고 난 후 불만을 토로하는 남자 친구가 조금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혼자 살면 내 마음대로 집을 꾸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에 남자 친구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 집에서 나는 뭐야?"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이 집은 내 집이기도 했지만 남자 친구의 집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집은 함께 꾸며가야 하는 우리 집이었다. 그런데도 난 내 집처럼 내가 생각한 것을 강요만 했으니 남자 친구 입장에서 서운한 건 당연했다. 나에게도 로망이 있듯 남자 친구에게도 로망이 있었을 텐데 모두 무시해버렸다. 내 실수였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좁은 방을 꽉 채운 물건들도, 쓸데없이 크기만 한 컴퓨터 책상도, 다 입긴 하나 싶은 남자 친구의 옷들도. 아직은 정리할 게 산더미라 앞으로도 같은 문제로 감정싸움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다 보면 언젠간 둘 다 만족할만한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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