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세션 # 8 마지막 만남

아빠 5계명

지난 늦여름 저녁, 팀장 회식 자리였다. 김강일 팀장이 앞에 앉은 유 팀장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프로젝트 굿 대디에 참여한 지 벌서 넉 달이 지났다. 이제 마지막 세션이다.


“안녕하세요, 김 팀장님. 그간 잘 지내셨죠?”

“그럼요. 잘 지냈습니다. 그나저나 벌써 마지막 세션이라니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강일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넉 달 동안 8번을 만났군요. 오늘은 마지막 세션인 만큼 더욱 특별한 날이네요, 그간 경험하신 프로젝트 굿 대디는 팀장님께 어떤 의미가 되었나요?”

“의미가 크죠.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뭔가 지푸라기라도 짚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런데 코치님과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그동안 잊고 있던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아들과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민기랑 사이가 획기적으로 변한 것은 없지만 욕심은 안 부리려고요. 천천히 노력하면 확실히 더 좋아질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네, 마지막이니 그간 느낀 점, 배운 점을 생각해보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총정리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좋습니다. 총정리하고 향후 계획까지 세우면 되겠군요. 그동안의 세션들을 되돌아볼 때 어떤 것들이 기억에 떠오르시는지요?”

“가장 먼저 대화의 독이 떠오르네요. 제가 그간 주위 사람들에게 독이 있는 말을 써 왔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말을 더 조심하게 되고, 특히 경멸하는 언어를 쓰지 않으려고 조심했어요.”


“관계에 해악을 미치는 네 가지 독으로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가 있었죠. 그리고 그 해독제는 호감과 존중의 언어였습니다.”

“네, 일단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를 주의하고, 그다음부터 다뤘던 것들이 호감과 존중의 언어였네요. 그래서 경청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제 할머니께서 어린 저를 다 받아주시고 들어주셨던 것처럼 상대방을 듣는 것이 마음을 여는데 중요하다는 거였죠.”


“네, 적극적 경청은 상대가 말하는 메시지는 물론 말하지 않은 마음속 감정과 욕구까지 듣고 말로 반응해 주는 것이죠. 어쩌면 가장 어려운 대화 기술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대화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코치님의 태도에서 경청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었어요.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지만 전화상으로도 얼마나 제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시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코치님이 들어주시면 제가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을 많이 경험했어요. 또 어떤 때는 보통 같으면 꺼내기 싫었을 그런 깊숙한 얘기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느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적극적 경청이 참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호감과 존중을 표현하는 강력한 방법이죠.”

“정말 그래요. 경청 다음엔 질문도 효과적이었어요. 평소에 제가 하는 질문에 대해 별 인식 없이 대화했었어요. 이번에 좋은 질문에 대해서 공부하고 나니 제가 질문으로 사람을 추궁하거나 질책하는 경우가 많았더라고요. 어떤 때는 제 질문에 팀원들이 답을 할 때 ‘왜 저렇게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한 얘기만 하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확실히 질문의 수준이 답의 수준을 결정하더라고요.”


“그럼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가요?”

“하하, 바로 지금 코치님이 말씀하신 것이 좋은 질문이죠. 대체로 ‘어떤’이나 ‘무엇’이 들어간 질문이 좋습니다. 또 내가 궁금한 것을 알기 위해 하는 묻는 것보다는 상대가 생각하고 답을 찾도록 돕는 질문이 좋습니다.”


“네, 이제 김 팀장님은 정말 코치 뺨치시겠네요. 좀 더 부연한다면 넓은 시각과 의미를 확인하는 거시적 질문, 문제보다는 답을 찾는 해결 지향 질문,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미래지향 질문,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다른 관점 질문,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찾는 자원탐색 질문들이 있습니다. 경청과 질문에 대해 정리가 되었고, 또 무엇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인정하기요. 민기에 대해서 장점 100개 찾기를 숙제로 주셨죠. 결국 50개 정도만 했지만. 장점을 최대한 많이 찾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민기에 대한 제 시각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잘못된 것만 보고 지적하는 동안에는 문제도 해결 안 되고 관계는 더 나빠졌는데, 장점이라는 시각으로 보니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러니까 점차 관계도 좋아지고.”


“네, 인정이 칭찬과 구분되는 것은 꼭 어떤 성과가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열심히 한 노력과 과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방법이죠. 저는 사람의 감정과 숨겨진 좋은 의도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정을 받으면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어 자신감도 커지고,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죠.”

“그러고 보니 제가 별로 한 일이 없어도 코치님께서 계속 마음을 알아주고, 격려해 주신 것이 제게는 큰 인정이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 봐 드리려고 한 것뿐인걸요. 허허. 오늘 상당히 많은 내용이 정리되고 있네요. 경청, 질문과 인정 다음에 또 무엇이 기억나시나요?”

“음,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선택이다. 남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내가 변하면 된다는 것이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말은 전부터 많이 들어서 식상한 면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저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거예요. 민기와의 관계에서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이 다 남의 탓이었습니다. 민기가 저러니까, 민기가 못하니까, 민기 때문에 다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니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관계만 더 나빠지고 있었죠. 그런데 코치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제가 이것저것 노력을 하니까 우리 집 분위기도 점점 나아지고 식구들 간 관계도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그것이 팀장님의 큰 강점이죠. 머리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셨죠. 선택하고 실행하고 변화를 만드셨습니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라서 한쪽의 노력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외부 자극이나 환경에 대하여 동물처럼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행동을 선택한다면 새로운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네, 내 주변의 환경이나 나의 삶이 나의 선택의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오히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렇네요. 더 자기 다운 삶을 살 수 있겠네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느냐 도 중요하겠죠?”

“아, 맞아요. 사람에 대한 네 가지 새로운 시각이 있었죠. 그건 처음부터 말씀해 주신 건데 나중이 되어서야 점차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네, 제가 다시 짚어 드릴게요.

1. 사람은 누구나 조건 없이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2.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3. 자신에게 가장 좋은 해답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다.

4. 모든 행동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

지금은 이 네 가지 명제가 얼마나 마음에 와닿으시나요?”유 코치가 물었다.

“200퍼센트 공감합니다. 사람이 믿는 대로 된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 같아요. 내가 상대방을 속으로 ‘쓸모없는 놈’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쓸모없는 행동을 보여주고, ‘잘 해낼 거야’라고 믿어주면 거의 잘 해내더라고요. 이것도 결국 내 책임이네요.”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바를 말이나 몸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을 받은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긍정을 선택해야겠죠.”

“네, 어쩌면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도 다 중요하자만 사람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이냐가 가장 기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용 정리는 다 된 것 같네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행하며 살 것인가를 계획하는 게 남았습니다.”

“사실 어제오늘 세션을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좀 써 봤습니다.”


“우와, 미리 계획을 정리하셨네요. 어서 듣고 싶습니다.”

“저는 ‘김강일의 좋은 아빠 5 계명’이라고 제목을 지어 봤고요.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강일은 마치 보이스카웃 선서를 하듯 진지하게 읽어 나갔다.

“나 김강일은 자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좋은 아빠로서 다음을 실천한다.

1. 자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응원한다.

2.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3. 내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상대 입장에서 경청하고 인정한다.

4. 남을 탓하지 않고 나로부터 시작한다.

5. 아내를 사랑하며 행복한 부부의 모범이 된다.”


“와, 정말 놀랍네요. 우리가 함께한 배움의 정수가 녹아있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셨군요. 다섯 번째 계명을 좀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유 코치가 감탄하며 물었다.

“지난 4개월 동안 코치님과 코칭을 받으며 여러 깨달음이 있었지만 제일 좋았던 것은 아내와 배움을 함께하고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이었습니다. 코치님도 그런 과제를 내주셨잖아요. 아내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도 더 깊어지고, 관계도 좋아졌어요. 제가 실수하고 실망할 때도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아내와 관계가 좋아지니까 아이들도 덜 싸우고 집안 전체가 안정되는 것이 느껴졌어요. 저도 더 행복해지고요. 지금이야 애들이 어리니까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몇 년 지나서 학교 졸업하면 결국 자기 살 길 찾아서 떠날 거잖아요. 남는 것은 부부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애들에게 쏟을 에너지를 아내에게 쏟는 것이 오히려 수지맞는 일 이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네, 저도 동의합니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 아이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행복하고 아름답게 잘 사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자녀 교육이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다섯 가지 계명을 실천하면서 원하는 아버지가 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코치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분명해진 것 같아요. 저와 제 식구들 모두 더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연락하며 지내면 좋겠네요.”


“그럼요. 또 만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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