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출판에 힘입어 게릴라 리딩클럽을 열어보아요!
저는 공연을 준비하던 중에 <클래스>를 번역했던 김지혜 드라마터그와 재미있는 대화를 했었습니다. 김지혜 드라마터그는 <클래스>를 발표하는 곳이 만일 미국이라면 실제 극작가를 캐스팅해서 공연 투어를 진행할 거라는 말이었죠. 저는 웃었습니다. 언젠가 시도해볼 수 있으면 재미있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인수 연출님에게 흘리듯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같이 낭독회를 해봐요.'라고 말을 했었죠. 이번에는 극작가나 연출이 아니라, 둘다 낭독 배우로 참여해보자면서요. 이인수 연출님은 저의 극작과 수업 선생님이기도 하셨으니 꽤 흥미로운 지점을 낳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출님은 평소의 그 상냥한 말투로 '너무 좋아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 이인수 연출님은 그게 다 농담이라고 생각하셨다네요.
저도 어릴 때는 꿈이 배우였었고, 죽기 전에 한번쯤은..? 이런 생각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연출님도 불붙는 연기 열정이 있으신 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도전해보자고 말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연출님은 제가 이상한 제안을 할 때마다 함께 어둠속으로도 뛰어들어주시는 분이시니까요.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기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작가인 저 자신을 위해 어떤 의식일 수는 있겠으나, 누가 이것을 보러오지? 왜 오지?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돌이켜보며 이 공연을 완성시켜준 관객분들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건강 문제도 있고, 사적인 여러 일들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잘 견뎌내고 잘 지내고 있는 것은 관객분들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 때문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혹평도 있지만, 전에 본적 없는 분석과 논의, 풀어놓아진 각자의 생각들이 저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무척 감사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저는 저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을 저의 친구이자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여..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저의 작업들은 항상 어떤 말걸기,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공연에 대한 많은 대답과 의견을 들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관객분들을 다시 한번 불러모으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관객을 덕질하고 싶은.. 그런 건데요. 새해가 되었고, 저는 이상한 일을 반드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클래스> 희곡 전막을 읽으려고 합니다. 소수의 분들을 모시게 될 것입니다. 다같이 희곡을 각자의 목소리로 소리내서 읽게 될 거고, A와 B의 그 경계 안으로 모두를 초대하고 싶어요. 물론 저도 소리내서 읽습니다. 다 읽고 나면 수다회도 하고 싶습니다. 비평, 관대 그런 거 말고 그냥 가벼운 대화들이요. 그래서 이제 10개의 자리를 함께 채워주실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무슨 베네핏이 있느냐 물으시면 제가 있습니다..는 베네핏이 아닐테구요. 제가 희곡집을 준비해두겠습니다. 오셔서 준비된 희곡집을 읽고, 그 책을 그대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약간의 기부금을 모으려고 해요. 물론 마음과 각 사정에 따라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제가 약간을 더 보태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게릴라 리딩클럽:클래스 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이번의 목표입니다.
게릴라 식으로 갑자기 모이고 갑자기 흩어지는 비정기 리딩클럽. 이 기획이 지속가능한 형태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일단은 욕심내지 않고 한번이라도 잘 마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도 누가 과연 읽으러 올 것인가.. 저도 확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일단 가안은 이렇습니다.
1. 모인다.
2. 소리내어 읽는다.(읽을 부분과 배역은 미리 표시해둘 예정입니다)
3. 다 읽고 나면 수다를 나눈다.
4. 헤어진다.
5. 기부 링크가 전달된다.(자율 참여)
6. 추후 브런치에서 기부 관련 소식을 확인한다. (금액 및 참여자 리스트 등)
준비물 : 텀블러를 가져오시면 좋습니다.
라고 글을 올렸는데 오픈 3시간 만에 신청이 완료되어 어리둥절하네요.
10명 신청이 완료되어 링크를 비공개로 전환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글로 리딩클럽 현장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기쁘겠네요.
모두 만나는 날까지 건강히!
새로운 소식)
'배소고지 이야기'가 3월에 있을 대한민국연극제:서울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초연과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자세한 소식은 다음 글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