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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Mar 03. 2023

게릴라 리딩클럽: 클래스 편

2023.02.26 예술청 2층 제로라운지

새해에는 이상한 일을 하자고 생각했지만 진짜 될 것인가?! 의구심을 잔뜩 품고 시작한 일이지만, 여러 소중한 인연들의 도움으로 첫 번째 게릴라 리딩클럽이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발 빠르게 신청해 주신 8명의 신청자분들과 이인수 연출님, 김지혜 드라마터그, 글과무대 김윤영 작가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예술청 제로라운지는 매우 쾌적한 장소고, 또 약간의 울림이 있어서 리딩에는 좋더라구요. 전에 비공개로 진행했던 동료 작가의 희곡 낭독회 때 접했던 장소인데, 다음에 나도 한번 사용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 공간 대여를 위해서는 일종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미리 신청해 놓고 되려나 안되려나 걱정이 많았었는데, 공간 대여가 가능한 일정을 일단 잡아놓고, 기다린 후에 심사 통과가 됐다는 소식을 받자마자 바로 부랴부랴 브런치에 모집글도 쓰고, 글과무대 인스타와 페북에 홍보도 요청했더랬지요. 그러니까 공간이 1순위였던 일정이었던 셈입니다. 2월 말이라 날이 풀리는 듯도 했지만, 저녁 6시에 모이다 보니 약간의 추위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따뜻한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낭독회를 진행했습니다.


이인수 연출님의 제안으로 남긴 유일한 사진


진행을 혼자 하다 보니 준비과정 등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제가 워낙 걱정이 많은 타입이기도 하지만, 2인극의 경우에는 낭독회를 진행하기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순서가 예측되면 집중도가 떨이지기도 하고 해서 이런저런 준비를 해갔습니다. 12명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리딩표도 만들고, 무작위로 뽑아서 리딩을 할 수 있도록 쪽지도 미리 인쇄해 갔습니다.


희곡 전체를 총 6 부분으로 나누어서 캐스팅 안을 미리 제공했습니다. 역할과 읽을 부분에 번호를 달고, 번호와 역할이 적힌 쪽지를 뽑고, 그 쪽지로 몇 번째로 '누구'의 역할을 읽게 될 '누구'인지를 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짧게 나누고 바로 낭독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낯선 목소리와 분위기가 차분하게 공간을 채우고,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 최선을 다해 읽어주시는 한 분 한 분의 음성이 서늘한 공기와 뒤섞인 그 시간이 묘하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저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당일에 리딩 장소인 청년예술청과 예술청에 대한 혼돈,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로 참석이 불투명해질 뻔한 분들도 계시고, 중간에 소통에 오해가 있어 초청을 한 분 더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 12명이 자리해 주셨고, 충실히 진행이 되었습니다. 사정상 못 오신 분들이 함께 자리하셨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요.  


일단 희곡을 다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쉬는 시간을 갖고 나서 수다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낭독회에는 공연을 보지 못한 2분의 참석자분이 계셨는데요, 공연을 보지 않고 희곡으로만 읽었을 때의 느낌이 궁금했기 때문에 저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품에 대한 정보, 결말에 대한 의도, '왜 케이크는 두 개인가?', '언니'는 왜 '언니'인가 등에 대한 이야기, 각자 나누어주신 소중한 감상들이 이어졌고, 좋았던 대사를 공유하기도 했구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작가와의 대화처럼 흘러가기도 하고, 프로덕션에 대한 질문들도 이어졌습니다. 드라마터그였던 하워드 블래닝 교수님에 대한 질문도 있었구요. 그 연장선에서 '클래스'의 통역 코디였던 김지혜 드라마터그의 '드라마터그란 무엇인가'를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해석과 분위기가 담겨 리딩을 하는 것이 번역과정에서 가지고 있었던 인물에 대한 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는 김지혜 드라마 터그의 피드백이 인상에 남네요. 저도 그 점이 새롭게 다가왔거든요.


그리고 돌아가서는 저를 포함한 12명의 참여자분들과 함께 기부금을 모아, 오늘 3월 3일 기부를 완료했습니다. 완료된 내용을 공유합니다.  모두의 소중한 마음과 성의가 모여 더 좋은 일, 세상을 바꾸어내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함께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할 수 있어 큰 기쁨이었습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또 열심히 살다가

또 열심히 일하다가

또 새로운 이상한 일을 벌이고

어딘가에서 만나기로 해요.



*보태기: 리딩클럽 후기


L1 : 연극을 사실 잘 안 보는 편인데, 이번 리딩 경험 만으로 너무 즐거운 공연을 본것 같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공연을 안 본 채로 대본을 리딩하며 집중하니까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것 같습니다.


L2 : 미공개 희곡도 무대화하기 전에 리딩해보면 좋겠지만 아마 비밀유지 서약을 작성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지겠죠? 무대화된적있는 희곡이라면 참여했던 배우도 참석해서 같이 소회 나눠도 좋겠단 생각 들었습니다.

다른분들도 많이 참여해보실 수 있도록 앞으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1 : 리딩 클럽 기대 많이 했는데 좋았던 작품을 직접 읽기도 하고 또 다른 분들 목소리로 듣기도 하니까 공연을 봤을 때랑 느낌이 달랐어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가능하다면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감상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요즘에 저출생 문제 관련해서 정부나 언론의 태도에 대해 회의감이 많이 생겼는데, 희곡을 읽으면서 여성 인권은 물론이고 남성에게 유리하도록 기울어진 연애, 결혼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제안 드릴 게 있다면 희곡과 관련된 장소가 있다면 희곡 리딩 후 잠깐 답사 가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P2 : 다음에 또 참가하고 싶습니다! 즐거운 자리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쓰신 다른 작품 텍스트를 두고 또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P3 : 키워드가 무엇이든 이슈를 막론하고, 글을 쓰고 보고 읽고 말하는 것을 넘어 글을 매개로 소소하게 어떤 움직임을 보인다는 취지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전 그런 용기가 없었거든요.

부담 없이 만나 원대한 목표 없이 이렇게 사부작거리다 보면 뭐가 자연히 생기지 않을까요.. 뭐 읽다보면 리서치할게 생길수도 있구요...


K : 정말 즐거웠어요! 야외리딩 및 피크닉도 너무 좋을 것 같고 이런 게릴라 모임도 분기별로 하면 너무 즐거울 것 같아요!


C : 리딩회가 처음 이었는데 정말이지 좋았습니다. 클래스는 저에게 정말 소중한 작품입니다. 클래스 연극을 보며 위로가 되기도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연기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그런 작품을 제가 제 목소리로 읽는다는 건 저에겐 꽤나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이런 리딩클럽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리딩을 하면서 많이 행복했거든요.


일부를 발췌하여 올려봅니다. 다음을 기약하는 의견들이 많으셨고,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와 제가 쓴 다른 희곡을 추천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쓴 희곡을 리딩한다면 사실 게릴라 리딩클럽은 또 쉽게 열 수 있을 것이고, 미출판/공연 희곡도 읽을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제 희곡만을 읽는 모임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것이라서, 저도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의 희곡 출판 소식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저도 공연을 보고 나면 악착같이 구해보고 싶은, 대본이 궁금한 공연들이 많거든요. 저작권상으로 미출판 대본을 구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인지라.. 하지만 너무 멀지 않은 시기에 갑자기 만나서 또 읽고 수다회를 열어요!



다음 소식)

배소고지 티켓 오픈 소식으로 한번 더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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