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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 마비가 오면 빨리 대처해야 합니다

by 유송

40대 초반의 한 남성분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건강해 보이는 체격에 또렷한 눈빛을 지니셨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지친 기색이 얼굴에 묻어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 곧바로 두 주 전부터 어깨와 목이 아파 치료를 받아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미 통증의학과에서 세 차례 주사를 맞았지만,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불안해졌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프기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른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에 작은 불편이 하나둘 찾아온 것이지요. 환자분은 조심스럽게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원장님, 요 며칠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려고 바지를 내리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손에 힘이 빠지니 이렇게 별것 아닌 일도 어려워지네요.” 저는 그분의 목소리에서 두려움과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증만이 아니라, 생활의 기본적인 부분에서까지 어려움이 생기니 마음이 무너질 만도 했습니다.


목과 어깨의 통증은 단순히 근육이 뭉쳤을 때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팔과 손의 힘이 빠지는 현상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는 목디스크로 인한 신경 압박, 특히 운동신경이 손상될 때 나타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감각신경이 눌리면 손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며 불편하지만, 운동신경이 눌리면 손과 팔의 힘 자체가 사라집니다.

환자분처럼 바지를 내리거나 컵을 잡는 작은 동작이 힘들어지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감각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운동신경은 손상 후 회복이 더디고 불완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운동신경 마비 증세가 보일 때는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필요합니다.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동신경 마비가 나타난 뒤에는 단순한 주사나 물리치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약해진 신경세포가 스스로 회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때 필요한 것은 손상된 신경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돕는 치료, 즉 ‘재생’을 이끌어내는 접근입니다.

한의원에서는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신경과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고, 세포의 회복력을 북돋습니다. 한약은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추어 신경이 회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침과 추나는 어긋난 구조를 바로잡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 신경 압박을 줄여줍니다. 단순히 증상을 덮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예전에 오셨던 또 다른 환자분은 이두근 부위에 뚜렷한 마비가 나타났습니다. 팔꿈치를 굽히는 동작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물컵 하나 드는 것도 힘겨워하셨습니다. 일상생활은 크게 위축되었고, 무엇보다 마음의 부담이 컸습니다. 그분 역시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에 한의학적 치료를 선택하셨습니다.

한 달 동안 한약, 추나, 침 치료를 꾸준히 받으시면서 차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40% 정도의 근력이 회복되었고, 예전처럼 팔에 힘이 붙으면서 컵을 들고 생활하는 데 불편이 줄어들었습니다.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수술 없이도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중한 사례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혹시 어깨와 목의 통증을 가볍게 여기고 계신 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통증이 손의 힘이 빠지는 쪽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통증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이 보내는 ‘긴급한 신호’ 일 수 있습니다.

환자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는 단순한 동작조차 힘들어진다면 이는 삶의 기본적인 자유가 제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운동신경 마비가 나타나면 반드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통증은 잠시 참을 수 있지만, 마비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40대 초반, 여전히 가족을 돌보고 삶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나이에 손의 힘이 빠져버린다면 그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그리고 몸이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늘 말씀드립니다. “마비가 찾아왔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비슷한 증상을 떠올리신다면, 부디 주저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삶의 활력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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