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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영 Oct 29. 2020

유튜브 - 자습이 가능한 시대

그림을 처음 배우던 시기에 참고한 자료는 책이었다. 미술 서적 코너에서 드로잉 관련 책들을 들춰보고 필요한 내용을 구했다. 관찰하는 태도나 철학은 지금까지도 귀한 문장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늘 있었다. 글로 아무리 읽어도 직접 보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경우는 많았다. 언어로 전하기 어렵고 오직 경험으로만 학습할 수 있는 암묵지(暗默知)였다.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나서야 ‘아, 그 말이 이런 뜻이었군’하며 이해되기도 하지만, 끝내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머리로 이해했어도 손의 미숙함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표현을 얻기 어려웠다. 해가 저무는 은은한 하늘을 마음으로 느껴도, 붓 자국 없이 은은하게 채색하는 그러데이션은 손이 미숙하면 그려지지 않는다. 실기만을 강조한 입시미술의 부작용도 있지만, 손이 능숙해지지 않으면 좋은 그림을 그려낼 수 없다.


유튜브 Youtube가 열리고 부터 혼자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영상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직접 보여 주는 데 있다. 책으로는 아무리 이미지를 나열하며 보여주어도 전달되지 않던 지점이다. 어깨너머로 배운다고 말하듯 ‘백문이불여일견’이 유튜브 덕분에 더 수월해졌다. 나는 수채물감을 사용하기에 Watercolour로 검색하면, 수채화 시연 영상을 볼 수 있다. 유튜브에는 물을 흥건히 적셔서 채색하는 습식수채화부터, 세필로 섬세하게 그리는 수채화 영상까지 다양하다.      


유튜브 영상은 대체로 개인이 사소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콘텐츠로 펼쳐놓는 편이다. 달리기를 검색하면 신발 고르는 법부터, 호흡관리, 5km 달리기, 10km 달리기, 계절별 옷 입는 법 등 세세하다. ‘뭐 이런 것 까지 보여주나’ 싶을 정도로 세밀한 내용들이 콘텐츠가 된다. 더 많이 영상으로 풀어낼수록 채널에 오래 접속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노하우를 탈탈 털어서 보여주게 된다. 한 번은 장마철에 그림책 원고가 울어버린 일이 있었다. 수채화 종이가 수분을 머금고 뒤틀려 버린 것이다. 이 난감한 상황에서 유튜브의 스승들은 종이 펴는 법을 다채롭게 보여주었다. 덕분에 혼자 울지 않고 수채화 원고를 온전히 펴서 마감할 수 있었다.


이런 내용은 사실 수업에서 물어보기 애매한 내용들이다. 그 사람만의 숨겨진 노하우 같고 너무 세세한 내용은 공식적으로 질문하기 주저하게 된다. 사소한 질문 때문에 한정된 수업 시간이 협소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도구의 선택과 사용하는 방식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그 시행착오가 초심자에게는 가장 큰 진입장벽이다. 미술에 있어서 좋은 붓이나 물감은 몇만 원이 훌쩍 넘어가지만, 화방에서 사용해보고 살 수도 없다. 그림의 최종 퀄리티에 종이와 붓이 주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누구에게 물어보기 애매한 지식인 것이다.     


작업이 안 될 때는 그냥 멍하니 남이 그리는 타임랩스 영상을 보기도 한다. 남이 그리는 과정을 이렇게 공연보듯 직관할 수 있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다. 외곽선은 어떻게 마감하는지, 색은 어떻게 쌓아 올리는지 등 관찰하며 배우는 지점이 있다. 그림 자체에 치밀한 일본 만화가들 영상이 도움이 되었다.


흥미로웠던 영상은 <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다른 작가의 제작 과정을 관찰 카메라로 중계하던 시리즈물이었다. 사실 물어봐도 그리는 입장에서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대답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체득된 방식을 본인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란 또 다른 언어나 재능이 필요하다. 유려한 손놀림을 관찰하고 질문하는 동료작가의 말속에서, 스스로도 모르던 지식들이 나왔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그의 그렇게 되어버린 유려한 손놀림 속에 늘 발견이 있다.


간혹 자신의 작업실을 투어 시켜주는 경우도 있는데, 모니터와 태블릿 배치, 각도를 기울이는 제도용 책상, 붓통이나 지류함 등,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사소한 부분들도 참고가 된다. 덕분에 제도 책상을 사게 되었고, 비싸서 엄두를 못 내던 디지털 태블릿도 적당한 가격의 대안을 찾았다. 나는 하드웨어 적인 새로운 시도나 도구에 있어서 늘 유튜브의 도움을 받는다.      

책에만 의지하던 시절에 비하면, 스스로 학습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되었다. 작업의 큰 방향과 사유는 책의 문장 속에서 배우며, 손이 종이 위를 오고 가는 물리적인 시행착오는 유튜브로 배우고 있다. 시대와 자료가 변해도 배움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 질문 안에 남겨져있다. 배움을 하나로 꿰어나가는 힘은 학습자의 질문뿐이다.


단골로 가는 동네 미용실 사장님은 20년째 커트를 공부 중이라 하였다. 간단해 보이는 커트도 가위가 천차만별로 다양하다고 한다. 사람의 두상에 따라, 머릿결 방향에 따라서 커트 방식도 무척 달라진다고 하였다. 요즘은 이탈리아 기술자들의 새 영상을 구해 새로운 커프 방식을 공부한다고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동네에서 혼자 작업하지만 저 멀리 유학가지 않아도 넓은 배움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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