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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y 17. 2023

2023두산인문극장, 연극<댄스네이션>



2023 두산인문극장 첫 번째 공연 프로그램연극 <댄스 네이션 Dance Nation>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것 중 하나는 ‘춤을 잘 추는 것’이다. 워낙 몸치이고 신명을 몸이 아닌 머리로 인식해서 흥이 맘껏 올라도 어깨를 들썩이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군무를 깔끔하게 해내는 아이돌이나 춤꾼들의 모습은 늘 경탄의 대상이다. ‘춤’을 배우러 다닌다는 한 친구는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느끼는 대로 움직이면 그게 춤’이라고 했다. 즉 ‘막춤’을 추러 다닌다는 친구는 ‘막춤이 춤이냐’는 내 반박에도 끄떡없이 수년간 춤을 추러 다니고 있다.      



도대체 ‘춤’이 무엇이길래 친구의 천근 같은 몸을 이끌어 냈으며, 십 대들은 ‘춤’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을까? 말이나 글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깨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온몸의 감각을 깨워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춤은 그대로 ‘언어’가 된다. 그리하여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추는 춤은 솔직함으로, 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으로, 진정한 자신의 꿈을 찾는 길로, 잊었던 꿈을 되살리는 힘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예정이다.          




 

연극 <댄스네이션> 무대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는 세상, 댄스네이션     



무대는 댄스네이션이다. 이곳은 춤이 만들어가는 춤 세상이다. 암전 된 무대 위에는 발레복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춤을 추며 등장한다. 그림 같은 실루엣의 발레리나를 연상하면 안 된다. 중년의 여성, 유일한 남자로 보이는 무용수, 무용수라기엔 체중이 나가는 무용수 등 불완전하고 다양한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각자의 느낌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연출자의 의도로 따라 예쁘거나 추하거나 더럽거나 훌륭한 것이 아닌 ‘비판단적 존재’로 인물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의 한 소도시, 헤링턴 댄스학원에 십 대 댄서들이다. 우승을 놓치지 않는 이 학원의 전통을 이어 전국대회 우승을 위해 모두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늘 1등을 하는 아미나는 이번에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를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용선생 패트는 매번 2등만 하던 주주에게 ‘간디의 영혼’ 역을 맡긴다. 주주와 아미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조금씩 어긋나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지만 주주, 아미나, 코니, 마에브, 애슐리, 소피아, 루크 일곱 명의 십 대 댄서들은 전국대회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극심한 부담을 안고 무대에 오른 주주는 결국 실수를 하고, 순간 주주를 대신해 아미나는 무대를 훌륭하게 마무리하게 된다. 그 일을 시작으로 결승전을 앞둔 이들에게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이들은 무사히 경연을 끝낼 수 있을까?          








정말 솔직한 이야기가 주는 위로     



연극 <댄스네이션>은 솔직한 이야기다. 우선 여성의 몸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이다. 십 대 여성들의 눈과 입을 통해 듣게 되는 ‘몸 이야기’는 듣기 좋게 비유되고 아름답게 미사여구가 붙지 않는다. 남자의 성기를 직접 보았는지 궁금하고, 첫 섹스에 대해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욕망이 살아있다. 자신의 성기를 본 느낌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성기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사랑을 노래로 부르기도 한다. 오래전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필자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웃고 말았고 노래가 끝나는 순간까지 노랫말에 동화되어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다. 지고 싶지 않은 욕구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잘남을 겸손으로 치장하지 않는다. 지면 속상하고 남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속마음을 후련하게 쏟아낸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해도 괜찮은가 싶은 몹쓸 ‘우려’를 내던지게 만든다. 그래, 우리가 언제 이렇게 ‘나는 가치 있는 사람’ 임을 소리 높여 말해 본 적이 있을까.      



세 번째로 꿈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다. 날 수 있었음을 다시 기억해 낸 마에브의 환희에 찬 표정, 두 살부터 가장 뛰어난 무용수가 되고 싶었다고 믿는 주주, 자신이 최고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아미나, 모두 꿈에 솔직하다. 미국의 극작가 클레이 배런(Clare Barron)의 이 작품은 춤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는 십 대들의 성장 이야기이다. 하지만 연출가 이오진에 의해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성장 이야기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관객의 박수 속에는 우리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하고 싶었던 솔직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어 있을 것이다.      



‘두산인문극장2023: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의 첫 번째 공연 프로그램, 연극 <댄스 네이션 Dance Nation>은 5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전 공연 기간 대사 및 소리 정보가 포함된 한글 자막 해설이 제공된다. 관람 전 무대 모형을 직접 만지며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감각 경험을 할 수 있는 터치 투어를 진행한다. 또한 작품 소개, 무대 조명 등 시각적 요소들을 미리 인지할 수 있는 음성과 텍스트 형식의 음성 소개 자료들도 제공하고 있다.        




연극 <댄스네이션> 속 무대 의상

  




- 이 리뷰는 <민중의 소리>에 개제 되었습니다





 

연극 <댄스네이션>

공연날짜 : 2023년 5월 2일 ~5월 20일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시간 : 화~금 20시/토, 일요일 15시/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 : 115분(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 14세 이상

작 : 클레어 배런(Clare Barron)

번역 : 함유선

윤색, 연출 : 이오진

드라마터그 : 장지영

창작진 : 무대 디자인, 무대 제작 장호/조명디자인 신동선/음악 단편선/음향디자인 배미령/

출연진 : 홍윤희, 이미라, 윤현길, 마두영, 황우영, 백우람, 강보람, 부진서, 장호인

티켓예매 :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공연 문의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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