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시야가 뚜렷하고 사람과 사물이 짙어보여서인지 모르지만, 사람 특히 여자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일이 늘었다. 저 사람이면 괜찮겠다 재어보기도 하고 상상 위에 두 사람을 올려 연애감정을 묻혀보기도 한다. 이어지는 상황은 좋지 않다. 이런저런 금액들이 밀려온다.
밥값이 얼마고, 찻값은 얼마며. 결제분담은 어찌해야 하나. 극장을 가면 심야영화나 조조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팝콘과 콜라는 굳이 먹어야 하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소탈하고 무던한 사람이었으면(다시 말해 사치스럽지 않은 사람이었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온다.
지금보다 어릴 적에는, 저런 사람들과 결혼하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고. 그땐 그래도 살만 했나. 아니면 상상력이 좋았고 이상이 높았는지.
견적이 얼마고 비용이 얼마며, 연애기간의 누적과 감정은 정비례할지. 셈속만 깊어가지 몸은 의자에 박혀있다. 지하철과 버스비 인상으로 웬만하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정오 전에 도착해 해피아워에 감액하는 커피를 사 마신다. 받아보는 영화와 음악, 아직도 염가인 전자오락과 천 원이면 네 곡을 부를 수 있는 오락실 노래방. 고작 이 정도의 내 삶도 결제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인데.
아름다운 사람을 여겨보는 일, 가을이라 괜히 그래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