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동개혁안이라는 은성한 이름의 쟁점이 노사정 합의를 거쳐 해결. 개악이니 야합이니 하는 뒷말. 비정규직을 무려 4년이나 더 보호해준다는 눈물겨운 배려, 정리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기업의 내부 판단과 재량에 맞춰 손쉽게 해고를 하게 해 준다는 규제개혁, 성과와 연동한 공정해고제란 첨단의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기관을 위시해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킨다는 발표.
‘노동’이라는 불온한 낱말을 입에 담지 말것. OECD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이지만 노동유연화가 아직은 미진한 수준이라는 담대한 평가. 쉬운 해고는 없다는 단호한 천명의 지도자, 임금 단체협상 조건으로 직원 자녀 우선채용을 내어놓은 근성 좋은 노조, 안개에 쌓여 투명하지 않은 채용절차.
외환위기 이후 몇 건의 노동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이 나라는 그야말로 사람을 헐값에 별 신경 없이 부리기 좋아졌고, 사내 수백 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재워두고도 최저임금 기 천 원 인상한다는 얘기에는 세계경기의 고질적인 불황세니, 소상공인들의 한숨과 눈물이니, 중국 제조업체의 쾌속성장이니, 일본 초일류기업의 아성이니, 강성귀족노조의 쇠뭉둥이… 그야말로 앓는 소리 종합선물꾸러미.
‘헐값에 군소리 없이 일해. 그만두라면 두 말없이 사표 쓰고. 노후는 알아서. 소비는 낭낭하게. 세금은 거르지 말고, 애는 꼭 낳아야 하며 일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고, 주는 대로 고맙게 받을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