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왜 일본 젊은이들은 모두 도쿄로 떠났나

도쿄 집중과 지역 경제의 붕괴

by 박상훈

7화. 왜 일본 젊은이들은 모두 도쿄로 떠났나

― 도쿄 집중과 지역 경제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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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도쿄로 통한다


신칸센이 지방을 도쿄와 연결했을 때,

사람들은 더 빠른 발전을 꿈꿨다.

하지만 길이 뚫리자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젊은이는 도쿄로 떠났고,

돈은 도쿄로 몰렸고,

기회는 도쿄에만 남았다.


지방은 도쿄의 '배후지'가 되었고,

결국 스스로 생존할 힘을 잃었다.


중앙집권의 완성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권력이 도쿄에 집중되었고,

지방은 중앙의 정책을 수행하는 '출장소' 역할에 머물렀다.


전후 복구와 고도성장 시기에는

이런 집중화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고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과도한 중앙집중은 오히려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해진 시대에,

획일적 중앙집권은 한계를 드러냈다.


- 1960년대 도쿄 인구 집중률 20% 돌파

- 중앙정부 예산 중 지방교부세 비중 지속 증가

- 지방자치단체 자체 재정 자립도 급격한 하락


교통망이 만든 역설


신칸센으로 대표되는 고속교통망 구축은

일본의 자랑이었지만,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스트로 효과(Straw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빨대가 음료를 빨아들이듯,

교통망이 발달할수록 지방의 인재와 자본이

더 빠르게 도쿄로 빨려 들어갔다.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은 도쿄의 더 좋은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났고, 한번 떠난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지방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는 도쿄에 있었고,

결혼 상대도 도쿄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학의 도쿄 집중


교육 기회의 격차가 지방 소멸을 더욱 가속화했다.

명문대학들이 모두 도쿄에 집중되면서,

지방 학생들은 고등교육을 위해 필연적으로 상경해야 했다.


지방 국립대학들도 예산 삭감과 정원 감축으로

경쟁력을 잃어갔다.


우수한 교수진은 도쿄의 대학으로 이동했고,

연구 인프라와 산학협력 기회도 부족했다.


그 결과 지방에는 '두뇌 유출'이 가속화되었다.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재들이

교육을 통해 도쿄로 흡수되는 구조가

시스템으로 고착화되었다.


- 1980년대 지방 국립대 졸업생 도쿄 취업률 60% 넘어서

- 지방 사립대학 정원 미달 사태 확산

- 18세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대학 경영난 심화


기업의 본사 집중


경제적 측면에서도 도쿄 집중은 심각했다.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모두 도쿄에 몰렸고,

지방은 단순 생산 기지나 지점 역할에 머물렀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본사 기능이 도쿄에 집중되면서,

지방 경제는 외부 의존적 구조로 변질되었다.

지역 기반의 독립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도쿄 본사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종속적 관계가 되었다.


금융 기관들도 도쿄에 집중되면서,

지방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지역 특성을 이해하는 금융 서비스보다는

획일적인 중앙 기준이 적용되었다.


공공서비스의 축소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의 공공서비스도 축소되었다.

병원, 학교, 우체국, 은행 지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지방 생활의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에서

의료 서비스 축소는 치명적이었다.

의사 부족, 병원 폐쇄로 인해

기본적인 의료 접근성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대중교통 시스템도 수익성 악화로

노선 폐지가 잇따랐다.

자가용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교통 오지'가 확산되었다.


- 1990년대 이후 지방 병원 20% 이상 폐쇄

- 적자 버스 노선 대폭 감축, 교통 접근성 악화

- 지방 우체국·은행 지점 통폐합 가속화


문화와 전통의 소실


지방 소멸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일본의 문화적 다양성 손실로 이어졌다.

각 지역의 고유한 방언, 전통 문화, 축제,

지역 특산품 등이 계승자 부재로 사라져 갔다.


지역 공동체의 해체는

사회적 유대감과 소속감의 상실을 의미했다.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고향과의 연결고리를 잃었고,

남은 사람들은 공동체 유지의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젊은 세대의 지방 이탈로

전통 기술과 지식의 전수도 단절되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장인 정신과

지역 고유의 생산 기법들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지방창생의 한계


200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지방창생'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지역 특화 산업 육성, 관광 자원 개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 변화 없이는

한계가 명확했다.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

도쿄 중심의 정보·금융·인프라 네트워크,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 등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지방 활성화는 어려웠다.


일시적인 정부 지원금으로는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들 수 없었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오히려

지방의 자립 능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코로나가 보여준 가능성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의외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재택근무와 원격 업무가 확산되면서

'반드시 도쿄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부 젊은 세대들이 지방으로 이주하는

'역유입' 현상도 나타났다.


생활비 부담이 적고, 자연 환경이 좋으며,

삶의 질이 높은 지방의 매력이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오늘의 교훈


일본의 지방 소멸 경험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집중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


한국도 수도권 집중 문제가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서울 중심의 구조가 더욱 극명하다.


지방 소멸은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성 상실, 혁신 동력 약화,

사회적 지속가능성 저하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미래를 위협한다.


우리는 여전히 '서울 가야 성공한다'는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방을 서울의 '변두리'가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가진 '중심'으로 인식하고,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 화 예고


8화에서는 인구 절벽의 최전선 – 세계 최고령 사회가 겪는 구조적 충격을 다룹니다.

일본이 먼저 경험하고 있는 초고령 사회의 현실과

이것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그리고 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봅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1부 7화. 왜 일본 젊은이들은 모두 도쿄로 떠났나 – 도쿄 집중과 지역 경제의 붕괴

(이 글은 일본 총무성 2024년 지방창생 보고서, 국토교통성 2025년 지역개발 정책, 지역진흥청 2024년 인구동향 분석, 통계청 2024년 지역별 인구통계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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