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일본 여성 '활용' 정책은 왜 실패했나

유리천장과 육아 부담의 이중 구속

by 박상훈

18화. 일본 여성 '활용' 정책은 왜 실패했나

― 유리천장과 육아 부담의 이중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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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늘었지만 구조는 그대로


"모든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아베 정권이 내건 슬로건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여성 활용 정책으로

일본의 여성 고용률은 크게 올랐다.


2025년 현재 25-44세 여성 고용률은 80.1%로

미국(74.2%)을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성공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늘어난 여성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고,

관리직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으며,

육아 부담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다.


여성 활용 정책의 배경


일본이 여성 인력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일본의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았고,

특히 출산·육아 연령대인 25-44세 구간에서

'M자 곡선' 현상이 뚜렷했다.


정책 목표 (2013년 설정):


- 25-44세 여성 고용률: 68% → 77% (2020년까지)

- 관리직 여성 비율: 2020년까지 30%

- 대기아동 제로 달성

-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13% (2020년)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가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는 정책이었다.


고용률 상승의 이면


12년간의 정책 추진으로 여성 고용률은 크게 상승했다.


여성 고용률 변화 (2025년 기준):

- 전체 여성: 53.2% → 74.2% (증가)

- 25-44세: 68.0% → 80.1% (목표 초과 달성)

- M자 곡선 현상 상당 부분 해소


하지만 일자리의 질에는 문제가 많았다.


고용 형태별 현황 (2025년):


- 신규 여성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 68.3%

- 여성 관리직 비율: 15.8% (목표 30% 크게 미달)

- 여성 임원 비율: 9.4% (OECD 평균 23.1%)

- 남녀 임금 격차: 22.1% (OECD 평균 12.0%)


많은 여성이 일터로 나왔지만,

대부분

저임금, 단시간, 불안정한 일자리였다.


보육 인프라의 한계


여성 고용률 증가와 함께 보육 수요도 급증했다.

정부는 '대기아동 제로' 목표를 내걸고

보육소 확충에 나섰다.


보육 인프라 확충 성과:


- 보육소 이용 아동 수: 217만 명 → 267만 명 (23% 증가)

- 대기아동 수: 2만 1천 명 → 8,900명 (감소)

- 보육사 수: 43만 명 → 67만 명 (56% 증가)


하지만 양적 확충에만 집중하다 보니

질적 문제가 대두되었다.


보육의 질 문제 (2025년 현실):


- 보육사 평균 연봉: 374만 엔 (전 직종 평균 433만 엔)

- 보육사 이직률: 9.3% (높은 수준 지속)

- 보육사 1인당 담당 아동 수: OECD 평균보다 많음

- 학부모 만족도: 62.4% (개선 필요)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로 인한 보육사 부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일·가정 양립의 현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었다.


제도적 지원 현황 (2025년):

- 육아휴직 급여율: 67% → 80% (인상)

-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 단축근무제 도입 기업: 89.2%

- 재택근무 도입 기업: 47.8%


하지만 제도 이용률은 여전히 낮다.


실제 이용 현황:

-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 85.1% (높지만 기간은 단축)

-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17.2% (목표 13% 달성하지만 기간 짧음)

- 단축근무 실제 이용률: 34.5%

- 육아로 인한 퇴직: 연간 28만 명 (지속)


특히 남성의 육아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대부분 1-2주 수준에 그친다.


기업 문화의 벽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기업 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장시간 근로가 성실함의 지표로 여겨지고,

육아로 인한 업무 조정은 '폐를 끼치는 것'으로 인식된다.


직장 내 성차별 실태 (2025년 조사):

- 승진에서 성별 차이 느낌: 여성 47.2%

- 육아휴직 후 복직 어려움 경험: 32.1%

-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 경험: 18.4%

- 직장 내 성희롱 경험: 11.7%


특히 관리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다.

'유리천장' 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한때 육아로 경력을 중단했다가

자녀가 자란 후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되었다.


재취업 지원 현황:

- 마더즈 헬로워크: 전국 185개소 운영

- 재취업 준비 훈련 프로그램: 연간 8.7만 명 수료

- 재취업률: 63.4% (향상)


하지만 재취업 일자리의 질은 아쉽다.


재취업 현실:

- 재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 73.8%

- 재취업 후 평균 임금: 이전 대비 64% 수준

- 관리직 재취업 비율: 4.2% (매우 낮음)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


저출산 문제와의 딜레마


여성 활용 정책의 아이러니는 저출산 문제와의 관계다.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출산율 변화:

- 2013년: 1.43

- 2019년: 1.36

- 2024년: 1.20 (지속 하락)


일과 육아 양립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출산·육아 관련 의식 변화 (2025년 조사):

- 둘째 아이 출산 기피: 경제적 부담 67.2%, 육아 부담 52.4%

- 이상적 자녀 수 vs 실제 계획: 2.32명 vs 1.54명

- 육아와 일 양립 어려움: 78.9%


지역별 격차


여성 고용률은 전국적으로 상승했지만

지역별 편차는 오히려 커졌다.


지역별 여성 고용률 (2025년):

- 도쿄권: 83.7%

- 오사카권: 78.4%

- 지방 평균: 71.2%


도시 지역은 일자리와 보육 인프라가 풍부하지만,

지방은 여전히 기회가 제한적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전통적 성 역할 의식이 강해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크다.


세대별 인식 차이


여성 활용 정책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다르다.


세대별 여성 취업 의식 (2025년):

- 20대: 경력 지속 중요 82.4%, 육아휴직 당연 89.1%

- 30대: 경력 지속 중요 76.3%, 일·가정 양립 어려움 실감

- 40대: 재취업 관심 68.7%, 제도 미비 지적

- 50대 이상: 전업주부 선호 여전,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젊은 세대는 경력 지속을 당연시하지만,

기성세대는 여전히 전통적 역할 분담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의 비교


한국도 여성 고용률 제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과 유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한일 여성 고용 비교 (2025년):

- 여성 고용률: 일본 74.2% vs 한국 59.8%

- 관리직 여성 비율: 일본 15.8% vs 한국 20.1%

- 남녀 임금 격차: 일본 22.1% vs 한국 31.2%

- 육아휴직 사용률(여): 일본 85.1% vs 한국 91.4%


한국은 일본보다 전체 고용률은 낮고,

관리직 진출이나 제도 이용률에서는

앞서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


2020년 코로나19는 여성 고용에 큰 타격을 주었다.

서비스업 중심의 여성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고,

재택근무 확산으로 육아 부담이 더욱 가중되었다.


코로나19 여성 고용 영향:

- 2020년 여성 실업률: 2.9% → 3.1% (남성보다 큰 폭 증가)

- 비정규직 여성 고용 감소: -3.2%

- 육아 부담 증가로 인한 퇴직: 전년 대비 35% 증가


하지만 2022년부터는 회복세를 보이며

2025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오늘의 교훈


일본의 여성 활용 정책은 양적 성과는 거두었지만

질적 개선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고용률 상승에만 집중하다 보니

일자리의 질, 육아 지원, 기업 문화 변화 등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성을 단순히 '인력 자원'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서는:

- 일자리 질 개선과 처우 향상

- 남성 육아 참여 확대

- 기업 문화의 근본적 변화

- 사회 전체 의식 개선


이 모든 것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국도 일본의 경험에서 배워

단순한 고용률 제고를 넘어서

진정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숫자만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 화 예고


19화에서는 이민 정책의 딜레마 – 노동력 부족과 사회 통합의 갈등을 다룹니다.

폐쇄적이었던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늘리면서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통합의 과제,

그리고 한국이 고려해야 할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3부 18화. 일본 여성 '활용' 정책은 왜 실패했나 – 유리천장과 육아 부담의 이중 구속

(이 글은 일본 내각부 2024년 정책 백서, 경제산업성 2025년 개혁 보고서, 기획재정부 2024년 정책 분석, OECD 2024년 구조개혁 권고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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