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싱글맘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문화

by 박상훈

13화. 싱글맘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문화



스톡홀름 남부 외르비 지역의 한 어린이집.

오전 9시, 싱글맘 마리아(32세)가 3살 딸을 데려다준다.

어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늘은 낮 근무다.


간호사로 일하는 그녀는 시간제로 주 30시간 근무한다.


"다녀올게, 엘사."


딸이 웃으며 어린이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마리아는 이혼한 지 2년이 되었다.

전 남편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마리아는 걱정하지 않는다.


매월 25일,

정부가 자동으로 양육비를 입금해주기 때문이다.

집세의 60%도 주거 보조금으로 받는다.

어린이집비는 소득에 비례해서 월 10만 원만 낸다.


480일 육아휴직도 혼자 다 썼다.

마리아는 가난하지 않다.

혼자 아이를 키우지만 차별받지 않는다.


이것이 스웨덴의 평범한 풍경이다.


한국의 현실


한국은 다르다.


2020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한부모 가정 빈곤율은 OECD 1위였다.

한부모 가정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 있다.


2024년 한국 한부모 가구 비율은 7.6%로

2020년 6.7%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지원은 부족하고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2024년 양육비 이행률은 30% 미만이다.

70%는 돈 한 푼 못 받는다.

법원 판결을 받아도 상대방이 버티면 방법이 없다.


한부모 주거 지원은 월 10만 원.

기준중위소득 63% 이하만 대상이다.

2인 가구 기준 월 232만 원 이하여야 한다.


어린이집비 지원은 거의 없다.

국공립 대기는 1년이고,

민간 어린이집은 월 40~50만 원이다.

정부 지원금 10~20만 원을 빼도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 가난해진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정부가 양육비를 먼저 준다


스웨덴은 1996년부터 양육비 선지급 제도(underhållsstöd)를 운영한다.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정부가 먼저 지급한다.


자녀 나이별 금액은 다음과 같다(2024년 기준).

0~6세: 월 1,673크로나(약 22만 원).

7~14세: 월 1,823크로나(약 24만 원).

15~17세: 월 2,223크로나(약 29만 원).


매월 25일, 자동으로 입금된다.

한부모가 법원에 가거나 상대방과 싸울 필요가 없다.

정부는 나중에 비양육 부모에게 청구한다.

안 내면 세금 공제로 강제 회수한다.

한부모는 돈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운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제도다.

양육비를 못 받으면 끝이다.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는 없다.


주거 보조금이 삶을 바꾼다


스웨덴 주거 보조금(bostadsbidrag)은

소득이 낮은 가정에 집세를 지원한다.


한부모 가정은 우선 지급 대상이다.

일반 가정보다 소득 기준이 높다.

자녀 1명 한부모 가정은

월 소득 3만 크로나(약 400만 원)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집세의 최대 75%까지 지원한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이 지원한다.


2026년부터 주거 보조금이 인상될 예정이다.

1997년 이후 첫 인상이다.


한국은 한부모 주거 지원이 월 10만 원이다.

스웨덴과 비교하면 소득 기준도 낮고 지원금도 적다.

월 10만 원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다.


그냥 가족 형태 중 하나


한국 사회는

한부모 가정을 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다.


'불쌍하다', '문제 있는 가정', '애 버려진 애', '편모 슬하'.


학교에서 아이들이 놀림받고

엄마는 취업 차별을 받는다.


스웨덴은 다르다.

한부모 가정은 그냥 가족 형태 중 하나다.

2024년 스웨덴 출생아의 55%가 혼외 출생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거 부부, 싱글맘, 입양 가정 모두 동등한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정부 지원도 차별이 없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육아휴직 480일, 아동수당, 주거 보조금, 어린이집 지원.

모든 제도가 '가족'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결혼 증명서가 필요하지 않다.


싱글맘도 육아휴직 480일을 다 쓴다


스웨덴 육아휴직 480일은 부모 둘이 나눠 쓰는 것이 원칙이다.

각 부모가 90일씩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싱글맘은 다르다.


480일 전부를 혼자 사용할 수 있다.

각 부모 90일씩 의무 사용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024년 7월부터는 조부모나 친구에게 45일을 양도할 수도 있다.

혼자 키우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한국은 육아휴직이 1년이다.

싱글맘도 1년이다.

추가 지원은 없다.


혼자 두 몫을 해야 하는데 지원은 똑같다.


우선 지원 대상이라는 철학


스웨덴 복지 제도 설계의 핵심 철학이 있다.

한부모 가정은 우선 지원 대상이다.

왜 그럴까?


한부모 가정이 혼자 두 몫을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이 크고 시간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더 많이 지원한다.


소득 기준을 높게 설정한다.

지원 금액을 많게 책정한다.

접근성을 쉽게 만든다.

자동 지급 방식으로 운영한다.


당연한 정책 설계다.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것.

한국은 반대다.

한부모 지원을 최소화한다.


'도움받는 사람', '세금 축내는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기준이 엄격하고 금액이 적다.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빈곤율 OECD 1위 vs 최저


한국 한부모 가정 빈곤율 OECD 1위.

스웨덴 한부모 가정 빈곤율 OECD 최저 수준.


같은 '한부모 가정'인데 결과가 정반대다.

차이는 제도 설계에 있다.


한국: 혼자 키우면 가난해진다.

스웨덴: 혼자 키워도 괜찮다.


한국: 양육비 못 받으면 끝이다.

스웨덴: 정부가 먼저 준다.


한국: 집세 월 10만 원 지원.

스웨덴: 집세의 75%까지 지원.


한국: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

스웨덴: 그냥 가족 형태 중 하나다.


같은 상황, 다른 제도.

결과가 갈린다.


오늘의 교훈


스웨덴은 한부모 가정을 불쌍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냥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로 본다.


혼자 두 몫을 하니까 더 많이 지원한다.

양육비 선지급, 주거 보조금 75%,

어린이집비 감면, 육아휴직 480일 전부.


이것이 스웨덴의 원칙이다.

출생의 55%가 혼외 출생이지만 차별이 없다.

결혼 증명서가 필요 없다.

아이가 있으면 지원한다.


한국은 제도가 한부모 가정을 차별한다.

지원 기준이 엄격하고, 금액이 적고, 절차가 복잡하다.

그래서 한부모 빈곤율이 OECD 1위다.


제도가 가난을 만든다.

싱글맘이 차별받지 않으려면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스웨덴이 증명했다.

한부모 가정도 잘 살 수 있다.


다음 화 예고


"자녀 3명이면 세금이 절반으로?"


프랑스에서는 N분N승 세제로 다자녀 가정 세금을 대폭 줄여준다.

자녀 수만큼 소득을 나눠서 계산하니 세율이 낮아진다.


스웨덴은 다르다.

세금 감면 대신 현금을 직접 지급한다.

소득 무관하게 모든 아이에게 아동수당을 준다.


같은 목표, 다른 방법.

14화에서는 프랑스식 세금 감면과 스웨덴식 현금 지급을 비교하며 다자녀 지원 철학의 차이를 들여다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시스템의 완성

2부 5화. 싱글맘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이 글은 OECD 'Family Database: Single Parent Households' 보고서(2020), 스웨덴 사회보험청(Försäkringskassan) 양육비 선지급 제도(underhållsstöd) 통계(2024), 스웨덴 주거 보조금(bostadsbidrag) 정책(2024-2026), 한국 통계청 '한부모 가구 현황'(2024), 한국 여성가족부 '한부모가족 지원사업 안내'(2024), 스웨덴 교육법(Skollagen) 보육비 규정(2024), 서울시복지재단 '복지이슈 투데이' 해외 한부모 정책 분석(2025), 스웨덴 통계청(SCB) 출생 통계(2024)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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