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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n Beau 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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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NI Apr 19. 2018

1. 인연

언젠가 만날 것 같은 사이였던 우리

* 매거진 제목 [un beau lien]은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 lien - 인연 연(緣)


지금부터는 우리 사이에 대해 내 관점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써 나가려고 해. 같은 날, 같은 일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언젠가 만날 것 같았어


이렇게 말하는 오빠가 참 웃겼어.

썸을 탈 때에도 오빠는 고백 타이밍을 찾느라 시간만 계속 흘려보냈지. '계속 이렇게 애매하게 만날거냐. 난 싫다. 확실하게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나서야 우리가 연인이 됐는데, 언젠가 만날 것 같았다니! 그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교환학생 갔을 때 같은 반이었던 것을 계기로 친해지기 시작했잖아. 오빠는 매일 수업에 지각하거나, 오지 않았고. 난 선생님이 출석체크하면서 오빠 이름을 때면 "아직 안 왔어요"를 선생님에게 외쳤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기숙사 로비에서 번호 달라고 했을 때 "우리 이미 번호 있던데?"라고 대답했던거 기억나? 알고보니 이미 오래 전 인사도 하고, 번호도 교환했던 사이라는걸 그제야 알게 됐지만. 한 편으로 내 번호가 있는지 찾아봤다는 것 자체가 의외이긴 했어.


한국에 돌아와서 새 학기가 시작됐지. 내가 같이 저녁먹자고 연락했을 때 감동받았다고 그랬잖아. 나는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아니었나봐? 그렇게 밥을 먹으며 점점 더 친해졌고, 덕분에 학교를 다니는 게 더 재미있었어. 오늘은 어디가서 어떤 맛있는 저녁과 술 한잔의 재미가 있을까?를 매일 생각하게 됐지. 부모님이 알게 되시면 '이것들이 공부는 안하고 매일 놀기만 한거니!'라고 화 내실 수 있겠다. 하하하.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됐어. 어쩌다 오빠가 자리에 없는 날은 좀 허전한 느낌마저 들더라고. 


오빠는 이 시기 어느 순간, 언젠가 나와 연애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왠지 막연하게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그랬지. 여태껏 나도 오빠한테 직접 얘기하지 않았지만 교환학생으로 처음 만났을 때에는 '나랑 참 닮았다, 신기하다.' 생각했어. 다른 사람 좋아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을 때엔 '에이, 여자 보는 눈이 없고만. 안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지. 아 물론, 나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긴 했지만 말야. 


그 해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때 나보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잖아. 내 기억으로는 영화만 보고 헤어졌던 것 같은데, 맞지? 우리 집에서 삼성 코엑스까지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데, 영화만 보고 바로 헤어져서 '이사람 대체 뭐냐.'하고 생각을 했어. 그게 그 당시 오빠가 낼 수 있는 용기를 최대한 내서 영화보러 가자고 한 거라는 사실을 난 6년쯤 지나서 알게 된 것 같네. 


우리의 인연은, 아마도 서로 기억도 못했던 오래 전 그 날부터 시작됐던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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