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n Beau Li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BUNI Apr 28. 2018

8. 편

평생 믿어도 될, 유일한 내 편

우리 첫 커플링이자 웨딩반지에 [on my side♡**]라는 문구를 새겼습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다 내 편이 아닐 때에도 서로에게 유일한 편이 되어주자는 의미였습니다. 이제는 내 편이 생겨 든든합니다.




며칠 전,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라는 신문 내 연재되는 코너에서 마치 내 얘기같은 사연을 읽었어. 


박사님은 사연 주인공에 대해 '독립적인 사람인 것 같지만, 일찍 철이 들면서 어린 시절에 떼 쓰고 의존했어야 하는 시기에 홀로서기를 시작해서 그 부분이 결핍으로 남았다. 마음 편히 안길 사람, 날 외롭게 하지 않을 사람, 말로 하지 않아도 누군가 이해해줬으면 하는 심리를 갖고있다.'라고 분석하셨는데, 너무 내 얘기 같았어. 


** 오은영의 화해 - 한국일보, 2018.4.17 연재 내용 중 **

  

나는 크면서 아빠랑 떨어져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어. 아빠는 저 멀리, 집에서 2-3시간 어떤 때는 4시간 거리로 떨어진 곳에서 혼자 일을하셨어. 아빠랑 같이하는 숙제가 있을 때면 '왜 난 아빠가 저렇게 멀리있나' 속상했던 적도 있고, 밤에는 '집에 도둑이 들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에 떨며 잠에 들어야 했어. 


중학생이 될 때까지도 이런 생각과 불안은 계속됬고, 나는 매일 밤 잠이 들 때마다 머리맡에 무기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난감들을 곁에 두고 잠을 청했어. "첫째니까 동생들 잘 봐야된다, 첫째니까 아빠 없을때 엄마 많이 도와줘야 한다." 이런 말들을 계속 들었지. 그 땐 의젓하게 행동하려 애썼고, 뭐든 척척 잘 해내려고 했었어. 그런데 알게 모르게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었던 모양이야.


나는 똑부러진 것 같지만, 정말 많이 기대기도 해. 혼자서 힘든 일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으면서도, 누군가 위로를 해 주길 바라고 있고. 힘들다 먼저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위로해주었으면 하고. 아마도 나는 어렸을 적 내가 부리지 못했던 어리광들을 오빠에게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가 누군가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에 지쳐버려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 그래서 오빠가 진짜 내 편인가 계속 확인하고,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던 것 같아.




오빠가 처음부터 내 편이었던건 아니야. 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해야한다며 내 기분을 몇 번이고 상하게 했었지. 그러다 내가 회사에서 크게 일을 당하고, 퇴사까지 결심하게 되는 일이 생겼어. 그 때부터 오빠가 내 편이 되어줬던 것 같아. 내가 겪은 일에 대해서 오빠도 똑같이 분노하고, 내 마음은 괜찮은지 살펴봐주기 시작하더라고. 정말 큰 변화였지. 


그 뒤로 점차 오빠는 내 편이 되어준 것 같아. 내가 하는 얘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감정을 공유하려 노력해준다는걸 느낄 수 있었어. 내가 원했던 게 해결책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이라는 걸 오빠가 알아준 것 같았어. 지금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많이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7. 취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