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세트
4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가장 오래 떨어져 있던 기간이 보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붙어 다녔습니다. 껌딱지처럼 말이죠.
전주에서 돌아오던 날,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 오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 대답했지. 그때 오빠는 스케줄 근무였던 때라, 매주 주말마다 쉴 수 있는 건 아니었어. 일주일에 한 번 나를 만난다는 건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지. 그런데도 선뜻 당연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웠지.
그 뒤로 오빠가 쉬는 날이면 우리는 늘 만났어. 그해 말, 본사로 옮기면서 주말도 보장되고 여차저차 쉬는 날이 많아지면서 회사 안 가는 날이다! 싶으면 무조건 만나서 데이트를 했잖아. 지금처럼 대체휴일이 다가오거나 명절이 다가오면 이번에는 또 뭐하고 놀지? 이게 가장 큰 고민이 됐지. 휴일이 다가오는데 미처 준비를 못하면 왜 미리 준비를 못했나 자책하면서 급 여행을 계획하곤 했고.
틈만 나면 껌딱지처럼 늘 붙어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모임에도 함께 나갔지. 오빠 친구들도 만났고, 내 친구들도 만났고. 쇼핑도 같이하고, 마트에서 장도 같이보고, 은행도 같이 가곤 했어.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그러더라고. 남자친구도 혼자 있을 시간을 원할 거라고, 내 눈치가 보여 얘기를 못하고 있을 수 있으니 좀 놓아주라고. 그 자리에서 나는 "아니야. 오빠도 좋아서 만나는 건데 뭘. 우리 오빠는 그렇지 않아."하고 반박했어. 그러면서도 내심 오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한테 얘기를 못하고 있던 건 아닐까 걱정이 됐었지.
자주 만나면서도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어.
그래서 결혼해도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하루는 "오빠는 우리가 결혼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하고 물었어. 우리가 언젠가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했지. 또 엄청 자신만만하게 "응. 그럴 것 같아."라고 대답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결혼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다시 물었지. 그랬더니 이렇게 매주 만나고, 자주 만나는데도 한 번도 지루하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그래서 결혼해도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잖아. 오빠가 나랑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했고.
이랬던 우리가, 지난달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심지어 가장 멀리 떨어져 있게 됐어. 남들이 보면 고작 2주밖에 되지 않는데 유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4년 동안 일주일에 몇 번은 만나는 게 익숙해졌던 우리였기에 정말 낯선 경험이었지. 보고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도,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아마 이번 경험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어. 난 오빠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이번만큼 크게 들었던 적이 처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