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효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장문의 후기를 썼는데 날렸다. 아까와라 내 시간, 내 글.
글이야 다시 쓰면 그만이지만 시간은 ㅠㅜ 두 번 쓰는 거니 더 효율적으로 더 잘 쓰겠지, 생각하자 ㅠㅜ
14주차는 제사, 15주차는 추석이 끼여서 단식을 주 1회 수행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번도 24시간을 못했을 뿐이지 세끼를 다 먹지 못했다. 이제는 배부른 느낌이 불편하고, 한번 조금 과식하면 그 여파가 하루종일 가서 가능하면 입에서 땡겨도 수저를 놓게 된다.
16주차에 드디어 주 2회 24시간 단식을 완료하니 살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17주차 1회 단식을 마치고 나니 제대로 몸 컨디션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오늘 아침엔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단식날은 아무래도 조금 나른해지고 기운이 없어 저녁에 늘 잠을 일찍 자게 된다. 그러면 그 다음날 새벽에 눈이 떠지는데 그렇게 기운이 맑고 힘찰 수가 없다. 그러면서 문득 깨달았다.
먹고 소화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로구나.
느낌적인 느낌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실제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의 일이다. 적당한 식사는 몸에 에너지를 제공해주고 생명유지와 활동에 도움이 되지만, 과다한 식사는 잉여에너지를 발생시켜 이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또다시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그렇게 몸은 불필요한 게 가득찬 거대한 냉장고처럼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하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몸은 늘 오버워크하는 셈이고, 그래서 별거 안하는데도 늘 피곤하고 지쳐있고, 그러다보니 뇌활동에 써야할 에너지를 제공하지 못해 아둔해지기까지 하는 게 아닐까 싶다. 16주전 내 상태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즐겁게 단식날을 기다린다
처음 단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친구와의 약속이나 회식이 방해받을까봐 신경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단식날이 방해받을까봐 걱정해, 가능하면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유연성이 이 단식법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그래도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 월요일과 목요일에 단식하는 게 여러가지로 편하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단식이 힘든게 아니라 즐거워지고 기다려진다는 것이, 기존의 다이어트 방법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다이어트 방법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다이어트가 '끝'이 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단식은 생활습관이 된다.
그래서 오래 지속적으로 수행이 가능하다. 어떤 기간을 잡아서 목표지향적으로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되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가능하면 평생 하리라 결심했는데, 지금은 결심할 것도 없이 평생할 것 같다. 내게는 어렵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아니 그러기는 커녕 즐겁기까지 하니까.
하지만 16주차까지 해보고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간헐적단식이 잘 맞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근육이다.
간헐적단식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근육이다
나는 단식을 수행하기 전에도 근육양이 많았다. 예전에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근육이 잘 생기는 체질인 듯 싶다. 기본적으로 하체가 탄탄하다. 특히 허벅지 근육은, 사이클 선수를 했어도 될만큼 좋다;; 학창시절 체육선생님께서 육상선수로 타고난 몸이라며 달리기선수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근육이 많았던터라, 간헐적단식에서 제일 조심해야하는 근손실 부분에 체질적 강점이 존재했다.
일주일에 두번 러닝머신 삼십분, 스쾃 130회 정도면 나는 근손실을 막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바빠서 운동을 조금 소홀히 해서, 근손실이 약간 느껴지는데, 8월초 인바디 측정했을 때는 노말 범주의 최상위 범위에 있었다. 조만간 인바디 측정하러 보건소 한번 가야할 듯.
그러니 근력이 약하고, 근육이 잘 안생기는 사람은 단식 전에 본인의 근육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바디도 중간에 잘 체크하고 말이다.
* 제 글을 읽고 간헐적단식에 관심이 생기신 분은 참고도서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를 반드시 읽으신 후에 수행하세요. 이 포스팅은 전적으로 저에게만 해당되는 후기일 뿐입니다.
* 간질환이나 당뇨, 30세 미만은 간헐적단식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꼭 책을 읽으시고 본인에게 적합한 방법인지 제대로 체크하고 공부하신 후 수행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