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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Dec 24. 2018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기획자#2

요점정리 : 3기 2강#2 with 정수현(앤스페이스)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3기의 두 번째 수업, 첫 번째 강의는 앤스페이스의 대표 정수현님과 함께 했습니다.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기획자'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의에서는 '공간기획'을 시작하게 된 수현님의 20대 활동가시절부터 꿈을 키우며 사업을 해나가는 사업가로서의 현재까지를 살펴보았습니다. 1편에서는 꿈을 꾸고 꿈을 키우던 '공간기획자' 정수현님의 커리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2편에서는 사업가로서 활약하며 꿈을 실현시키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사업가' 정수현님의 커리어를 소개합니다.


1편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jacong/63


본 포스트는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기획팀이 재구성한 것입니다. 




도시서비스로 사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사업가가 되다


다양한 규모의 공간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보니 기획에서 사업으로 넘어가는 관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기획에는 자원과 사람이 붙게 되어 있고, 어느 정도는 사회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전망이 생긴거죠. 전에는 어디에선가 의뢰한 것, 다른 사람의 것을 잘 만들어주었는데 사업화가 되면서 기획이 자산이 되기 시작했어요. 마침 공유 공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였어요. 반대로 제 주위엔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진 개인이나 조직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적절한 공간을 만나는 것이 힘들었죠. 이들을 연결해보자는 생각으로 플랫폼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스페이스 클라우드가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13팀의 공간과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워드프레스로 아주 간단하게 서비스 페이지를 만들었고, 공간이 필요한 곳과 공간을 연결하기 시작했어요. 2개월 만에 100팀이 넘어갔습니다. 처음엔 원시적으로 공간을 연결했어요. 예약이 들어오면 스페이스클라우드팀이 전화로 양쪽을 연결했죠. 그런데 이것도 100개가 넘어가니까 관리가 안되더라고요. 자동화가 필요했습니다. Sopoong에서 투자를 받아서 자동화된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어요. 1년 만에 등록된 업체가 1000개가 넘었고, 이걸 통해서 사회적 수요를 확인했어요.



한편, 서비스가 자동화는 되었지만, 고도화가 아직 안되었다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결제 시스템의 문제였죠. 한참 서비스에 대해 고민이 많을 때 아주 운이 좋게 네이버 한성숙 대표님과 컨택 될 기회를 얻었고, 네이버 인프라와 툴을 활용해서 스페이스클라우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도 스몰 비즈니스 그룹을 성장시키는데 전략적 프로젝트가 있었던 네이버의 기술 지원과 투자를 받아  협력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우리만 잘 했다기 보다는(물론 열심히 뛰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사회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도움이 되는 서비스(플랫폼)을 만들고 있으면 다양한 분들과 협업하게 되고, 자원을 얻게 되고, 기회가 생길 수 있구나 배웠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다음의 특징들을 가지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또 발전시켜 나갔어요. 일단 지역을 기반으로 공간을 찾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공간의 유형별로도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죠. 그리고 실제 공간을 이용해 본 사용자들의 리뷰를 통해서 해당 공간의 가치가 올라가도록 했어요. 실제 사용자들이 공간을 이미 사용해 본 사람들의 리뷰를 신뢰하고 사용 결정까지 이어진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간 제공자나 스페이스클라우드가 중심이 되기 보다 이용자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도 주요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쓰는 이용자를 분석해보니  대학생, 기획자, 강사, 팬클럽 등이었어요. 이들에 맞는 공간을 따로 큐레이션해서 해시태그로 검색하게 한다든지, 안내하는 콘텐츠를 만든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접근해보기도 했어요. 이와 더불어 시즌별 기획전을 만들었죠. 크리스마스나 연말은 물론이고, 연초, 무슨무슨 데이, 학교 개강처럼 사용자들이 공간을 찾는 이유를 분석해서 시즌에 맞게 저희가 공간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저희의 고객들은 공간 사용자 뿐만 아니라 공간 운영자들도 있었어요. 호스트(공간 운영자)데이를 만들어서 공간 운영에 필요한 정보도 주고, 서로 교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공간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도 만들어지고, 호스트들의 만족도도 올라갔어요.


도시작가들과 로컬기록 콘텐츠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공간은 도시 안에 있고,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맥락이 해당 공간을 더 의미있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맥락을 만들어가는 일도 도시기획자이자 플랫폼 운영자가 할 일이에요. 전체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기도 한 것이죠. 


‘기획자'와 ‘기업가'의 영역이 된 공간 운영


공간운영은 자영업에서 '기획자'와 '기업가'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그룹들은 전체의 5% 정도예요. 이들은 자기 브랜드를 가진 공간들이고, 이 공간들에는 고유한 콘텐츠가 있어요. 우리는 이들을 Local Brander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기획자이고 이야기를 만들 줄 알아요. 공유 주방이 주요 콘텐츠인 <올리브 스튜디오>, 2인 아티스트의 작업실을 파티룸으로 대여하는 <이스트오캄>,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어플랫 스튜디오>, 스몰 웨딩을 할 수 있는 <연희 정원> 같은 곳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더 많은 공간을 기획하고, 사용자들과 공간 안에서 만날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하는 감각, 콘텐츠로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기술을 가진 기획자가 더욱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어요. 우리가 기획자로서 커리어를 쌓고, 전문성을 더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나, 그러니까 잘 버텨주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어요 :)


현재 스페이스클라우드와 교류하고 있는 공간기획자팀은 3-400명 정도 됩니다. 목표가 있다면 이런 팀들을 1만명 까지 늘리는 것이에요. 100만명의 사용자가 1만명의 사람들(로컬브랜더)의 공간을 쓰게 하고, 스페이스 클라우드가 그 다리 역할을 해주자는 것도 지금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목표입니다. 저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나갈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생각을 합니다. 


도시 혁신 인큐베이터가 되다


꿈은 계속 발전하고, 그걸 이뤄나가면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됩니다. 저의 공명심이 기획을 만나서 사업이 되었고, 또 이 사업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야 할 다른 일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어요. 이렇게 많은 공간과 사용자들,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만나고 나니, 새로운 부동산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문제를 풀면, 주거 문제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다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기가 땅을 가지고 있지만 안 푸는 사람(건물주)을 움직이게 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아무리 경기가 어렵고 모든 것이 가치가 내려가도 유일하게 가격이 안 내려 가는 것이 부동산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공간이 필요한데 왜 그들은 적정한 가격에 풀지 않을까. 이유는 땅을 소유한 것이 힘이기 때문이죠. 건물주와 토지주는 다른데, (토지주>건물주>임차인>최종 소비자) 때문에 토지 비용이 높아지면 연쇄적으로 최종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과연 사용자와 소유자의 상생은 불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는 소유권의 일부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토지 소유권’ : 자산 처분권 + 수익권 + 사용권(용도)


토지 소유권은 자산 처분권과 수익권과 용도를 설정하는 사용권을 합한 것이라고 보면 돼요. 건물의 가치는 그 사람이 소유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사람들이 건물을 이용해야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소유권을 이루는 세 가지 중 ‘사용권’은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비어있는 건물들을 필요한 소상공인들에게 적정가격으로 대여함으로서 사회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저희의 미션이 되었습니다.


사용자와 소유자의 상생 구조를 만드는 앤스페이스 ©정수현


앤스테이블 (&stable) 설립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회주택 프로젝트를 추진했어요. 서울시에서 토지를 싸게 빌려주고, 자금을 조달해서 건물을 짓는거죠. 이 건물을 30년 동안 빌려서 운영책임을 맡는 사업인데 저희가 맡게 된 것이죠. 사회주택이라 수익을 낼 수는 없지만, 20%를 상가운영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80%를 주택 공급을 하고, 20%를 스페이스 클라우드로 만난 청년창업가들에게 안심상가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일종의 실험이에요. 주거 걱정, 그리고 극심한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는 청년들은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자기만의 판과 일을 만들어낼까. 그 과정을 함께 하고, 또 지켜보려고 합니다. 강남에는 대치동, 강북에는 성산동에 각각 앤스테이블의 사회주택이 지어져요.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죠. 이제 삽을 겨우 떴습니다. 


오늘 강의를 정리해 볼까요? 저는 20대에 땅에 대한 고민과 공명심으로 저의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 때 쌓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자본을 모아서 창업을 한 거고요. 그리고 조금 더 구체화해서 도시 문제, 공간 공유 문제로 고민을 끌어왔어요. 제가 사업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획자의 아이덴티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40대 때는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과거에, 또 지금 하는 경험들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속 꿈의 크기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서 여러분도 선한 야심을 가지고 지금 기획에 전력을 다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한번쯤 사업화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기 브랜드를 내고, 자기 자산을 만들어서 땅에 박는 경험을 해 보세요. 자기 기획이 자산이 되는 것을 해보면 자신감도 더 붙고 기회가 더 많아져요. 지금 하는 기획이 그 시작점이 될 거란 생각을 하시면서 계속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응원할게요. 


고맙습니다.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3기는 아모레퍼시픽과 위워크 을지로점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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