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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Jun 17. 2022

100일간 매일 쓸 수 있을까

9월 24일까지 글쓰기 근육 키우기

전 직장에서 동료가 복싱을 배운다고 했다. 자취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회사 집만 반복하다 보니, 유튜브만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게 동기였다. 몸 쓰며 땀 흘리니 상쾌한 기분에 체육관에 자주 가게 된다며 내게도 추천했다. 얼마나 가겠어 생각하기도 잠시 물어볼 때마다 잘 다닌다며 3개월, 6개월 그리고 해가 넘어가도록 계속 진행 중이었다. 이렇게나 꾸준한 사람이었나 하며 우습게 본 게 내심 미안했다. 


꾸준함이 부족했다. 수험준비생 때도 6월 모의고사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그렸고, 재수생활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전략적 공부법의 부재가 주원인이겠지만 꾸준함 역시 부족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끈기가 필요했다. 의욕이 넘쳐 이것저것 올리며 좋아요를 갈구하는 것도 한순간, 개인정보 침해를 방패 삼아 포스팅을 중단 아니 사실상 방치했다. 8년 전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는 브런치에 두 편 올리고 기미가 안 보이니, 내 꾸준함의 민낯은 들추어낼수록 작기만 하다. 


항상 포기만 한 건 아니었다. 동아리 밴드에서 25주년 콘서트 준비로 두 달간 매일 두 시간씩 노래를 연습했다. 매일 목을 풀어준 덕분일까 외가 모임 때 노래방에서 김태우 사랑비를 불렀는데 고음이 너무 쉽게 올라가서 깜짝 놀란적이 있다. 취업 준비할 때는 나이키 어플로 매일 4킬로씩 달렸는데 엉덩이가 조금씩 올라오고 복근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매일 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래서 100일간 매일 쓰기로 공언한다. 마음만 먹지 말고 하루키처럼 일단 앉아 쓰겠다. 꾸준함을 통해 성장은 바라지도 않고, 일단 실천하는 완주가 주목적이다.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백일이면 곰도 사람이 되는 시간에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강의해온 저자가 제안한 모임이라고 한다. 완주자 중에는 절필하거나, 계속 쓰거나, 잠시 쉬거나 다양한 양상이 있다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꾸준히 쓰고 몸으로 완주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발행기한은 매일 자정, 주제는 미정이다. 좋은 글에 분량은 중요치 않다는 말은 차지하고 적어도 800자 네 단락 이상 쓰겠다. 9월 24일에는 과연 무슨 소회를 남길지 혹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브런치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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