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와 IR 피칭 코칭을 해오면서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곤 하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과 실패를 점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좀 아닌데...'라는 느낌이 들었던 스타트업은 창업 후 실패했거나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패의 키워드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이건 틀림없는 대박 아이템이야, 느낌이 너무 좋아."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 스타트업이 종종 있다.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명확히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린다. 창업자의 '느낌적인 느낌'에 의존하는 비즈니스가 과연 대박이 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창업자의 '감'이나 통찰력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업은 기본적으로 정성적이 아니라 정량적 사고로 접근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투자유치를 하는 IR피칭 현장에서 시장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표 중심으로 설득해야 투자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사업의 성공을 견인하는 키워드는 고객이다. 너무도 중요한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창업현장에서는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 스타트업이 꽤 있다. 시장(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타트업은 시장에 대한 분석이 부실할 수밖에 없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고객을 모르는데 어떻게 사업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의 그 어떤 비즈니스도 고객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자신의 기술력이나 경험이라는 틀(프레임)에 갇혀서 도무지 타인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불통 + 소통불능'의 창업자가 있다. "그건 내가 잘 알아요. 필요 없어요."라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도 아예 귀를 닫아 버린다. 들어보지도 않고 옥석을 판단하려고 하니, 아예 직업을 바꿔서 역술인을 하시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특히 이런 유형의 창업자는 사내 직원과의 관계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다.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필요한 정보의 공유도 잘하지 않아서 직원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업은 어떤 형태이든 '사회적 관계'를 맺고 그것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 그러려면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실패한 창업자에게서 발견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모르니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잡고 좌충우돌하게 된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잘 파악해야 하며 특히 부족한 역량을 어떤 형태로 채워나갈지 이정표를 그리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약점을 보완해 줄 구원투수(인력)의 영입이 가능해지며, 사업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실패의 키워드와 반대로 행동하는 창업자라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날카롭게 갈고 다듬어, 험난한 강호에서 꼭 살아남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