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동 장인의 미역국 패키지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연애하고는 일곱 번째, 결혼하고는 세 번째 생일.
우리 부부는 큰 선물을 주고받거나, 서프라이즈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필요한 건 각자 알아서 사서 쓰고, 갖고 싶은 물건도 기념일에 상관없이 사도록 장려한다.
필요한 물건을 물어도 정말 답하기가 어렵고 다 이유가 있다.
필요한 건 내가 사니까, 좀 쓸모없어도 신기하고 귀여운 물건을 선물해주면 좋겠다.(속마음)
그러나 언제나 감사히 받는 이벤트가 있으니,
그것은 남편이 끓여주는 미역국.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기꺼이 기쁘게 끓여줘서 더 기분 좋게 먹게 된다.
처음 끓일 때는 생일이랍시고 생색을 내느라 이러나 싶었는데,
나름 미역국 맛에 자부심 있는 장인이었다.
맛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끓여온 미역국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자기만족을 위한 이벤트..!)
남편이 한솥 가득 끓이는 미역국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소분해 얼려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친 퇴근길에 자칫 건너뛰거나 인스턴트 조리 또는 폭식으로 빠지기 쉬운 나의 저녁 식사를
간단히 건강식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음식이다.
냄비에 다시 끓여서 밥 말아 김치랑 호로록 먹으면 저녁 끝. 설거지도 간단하다.
이런 남편 어딨냐며 칭찬을 갈구하는 농담을 던지면
나는 '네가 첫 남편이라 모르겠는데'하고 말지만, 이미 잘 알고 있지.
언제나 고맙고 소중한, 선물 같은 사람이라는 걸.
진심으로 고마워 미역국 장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