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앰버 Dec 14. 2020

막국수 사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미

나는 메밀 막국수를 좋아한다. 순수하게 고소하기보단 살짝 쓴 향이 가미된 면발에는 까만 점들이 박혀 있고, 참기름이 두툼한 면발을 두르다 못해 빨간 양념 위로 몽울져 있는 모습이 군침을 돌게 만드는 것이다. 그 위로 얹은 야채들도 채친 양배추와 깻잎, 뚝뚝 끊어 넣은 상추 잎처럼 풀 맛 강한 것들이다. 고기나 배를 고명으로 주는 집도 종종 만난다. 그래도 막국수의 주인공은 메밀국수다. 툭툭한 메밀향을 아는 나는 절대 막국수를 고명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여기에 김가루, 참깨를 툭툭 뿌려서 음식을 내오면 쟁반 위에서 이미 나풀나풀, 보는 내 눈도 신이 나있다. 통통한 삶은 달걀은 제쳐두고 면과 양념과 야채들을 비비고 있자니, 이미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여서 참기가 힘들다. 거친 질감의 면이 미끄러지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내 손이 급해 후딱 비빈 국수 한입을 먼저 먹고 마저 비비고 있다.  다들 어떻게 점잖게 막국수를 비비고 계신지 알 수가 없다.  


 식초와 겨자를 넣는 것도 좋아한다. 막국수에 슴슴한 맛이 어디 있는가. 혀에 착착 붙는 매콤 달콤한 양념장의 강렬한 맛의 신호를 더 멀리, 더 굵게 내주는 두 친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모두 잘 넣고 비벼놓으면 함께 집히는 야채들도 어느새 양념이 잘 묻은 겉절이처럼 새콤하고 아삭하다.


 막국수로 유명한 춘천에는 애초에 물막국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막국수라는 것은 애초에 비빔으로 나온 것을 그대로 또는 비비기 좋게 육수를 살짝 붓거나, 육수를 왕창 부어 매콤한 국물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나는 비빔 막국수로 그 맛을 즐기다가, 중간쯤 되어 육수를 부어 넣고 묽어진 국물 속에서 양념을 덜어낸 면을 건져먹는 걸 좋아한다. 얇고 시원한 국물을 두른 메밀국수에서 마지막까지도 그 향을 만끽하는 것이다. 찰기 없는 메밀을 면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만큼의 노고를 기울인 막국수는  그만큼의 향과 맛으로 보상하기에 매번 찾게 된다.


 막국수에 곁들이는 김치는 배추김치나  무 김치보다도 열무김치, 백김치가 훨씬 좋다. 씹기에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면발과 함께 미끄러져 들어가는 모양에 열무김치가 적합하고, 내 입천장에 닿기에는 빨간 양념에 새콤달콤한 맛을 더하는 사각사각한 백김치가 반가운 모양이다.


 막국수를 먹는 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다. 막국수를 신나게 들이켜고 나면 입 안에는 빨간 고춧가루가 만발하고 큰 웃음을 지어도 되는지 망설이게 된다. 그렇지만 이 시원하고 고소하고 툭툭하고 매콤 달콤한 국수 한 그릇이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른다. 곁들이는 음식까지 고민할 틈이 없고, 그저 내 한 그릇의 막국수가 충분히 맛있기를 바라게 된다. 저녁도 아니고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고 나면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이,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막국수를 내 소중한 메뉴로 계속 간직해야지 다짐한다. 즐거운 날엔 더 즐겁게 막국수를, 우울한 날엔 덜 우울하게 막국수를 먹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남편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