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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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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구 Mar 13. 2016

피아노맨

piano man

토요일 밤 9시


 가게 실내는 골방처럼 어두컴컴했다. 듬성듬성 켜 있는 초와 작은 등 몇개가 가게 안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무허가 술집이 아닌데도, 어두운 실내는 나무 테이블과 나무장식품, 드림캐쳐, 알수 없는 장식품들이 있고 한켠에는 와인병들과 술병들이 차곡차고 쌓여있다.

가게는 매번 오는 단골들로 차 있었다. 조금 전 주문 받은 뱅쇼를 끓이고 있었는데 나무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계단에서 노인 한 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노인은 가게를 한 번 훓어 보더니 끼고 있던 가죽장갑을 벗고 '호호'하고 손을 불며 비비더니 카운터 앞에 앉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진 토닉 한 잔 부탁해요." 

뱅쇼를 서빙하고 저녁식사 주문을 몇 개 처리하고  몇 차례 손님이 오고 가는 시간에 카운터 앞의 노인은 벌써 진 토닉에 취해가고 있었다.


잔들을 정리하고 카운터 옆에 있는 커피기계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던 차에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노인은 손을 천천히 올리더니

"저기 자네. 이야기 하나 해주겠나? "

라고 말했다.


"네? 이야기요?"

"자네는 바텐더 잖아. 보시다 싶이 나는 같이 술을 마실 친구도 없고, 자네는 지금 조금 한가해보이니까"


"우우웅" 하는 기계소리와 함께 고소한 커피냄새가 퍼지고 "쪼르륵" 하고 에스프레소가 작은 잔에 담기는 소리가 들렸다. 에스프레소를 노인 앞에 내려놓았다.


"글쎄요. 무슨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까요?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달콤한 옛날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야."

노인이 답했다.



"

저기 앉아 있는 친구는 IT 회사에 다니는 친구죠.

그는 회사에서 굉장히 뛰어난 친구예요. 동료들과 협업하는 방법도 잘 알고, 유머스럽고

또래에 비해 벌이도 괜찮은 편이죠. 물론 당신처럼 술을 굉장히 좋아해요.

근데 그는 항상 떠나고 싶어 해요.


"이봐 회사가 나를 병들게 하는 것 같아."

그와 동시에 항상 웃는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죠.


"돈도 괜찮게 벌고 있고, 일이 힘들지도 않은데 괜히 허전한 느낌이야.

내가 어릴 때는 한 글 썼는데 말이야.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글을 쓰면 교내 문예지 같은 곳에 올라가곤 했었지. 내가 최인호 뺨치는 글쟁이가 될 수 있을 꺼라 확신해. 물론 이곳을 나간다면 말이지"


그리고 그의 뒤에 앉아 있는 친구는 항상 바쁜 사람이에요. 개인 사업을 하고 있죠. 옆에 앉은 친구는 공무원이에요. 그 둘은 항상 붙어 다니면서 이야기를 해요.


"난 항상 내가 어릴 때부터 내가 낚시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이번에 삼시 세 끼라는 예능을 보았는데,

낚시하는 걸 보니 낚시가 무척 하고 싶었어. 근데 나는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하고는 싶은데 말이야.

내가 낚시를 배우게 된다면 나는 섬에서 살며 낚시꾼이 될 거야"

그리고 그는 아마 평생 공무원으로 지낼 거예요.


저 구석에 있는 친구는 유명한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연구원이에요. 그는 친구들과 와서 항상 푸드트럭을 하며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는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고, 다음 학기에도 학교에 있을 거고 언제까지 그 곳에 있을지 몰라요.



"



토요일이라 가게가 사람들로 꾀 붐비네요.

그리고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커피, 맥주를 시키고, 보드카를 시킵니다.

잠시 무언가 잊고자 사람들은 여기로 몰리죠.

가게 안에는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 노래가 들리고 초가 타는 냄새는 고소해요.

그들은 자리에 앉아 나에게 주문을 하죠

그리고 말하죠.




"자넨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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