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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e Han Feb 28. 2017

나에게 겨울이라는 것은.


 봄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청아하지만 약간의 따뜻한 공기 내음은 부산한 아침에 정신없이 바깥으로 나온 나에게 위안을 준다. 

 

 나에게 겨울은, 겨울 찬 공기와 매서운 칼바람,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게 가혹하다. 재작년 겨울에는 일상적으로 다니는 가까운 곳을 가는 데에 심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으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도 손과 발, 온몸이 얼어붙어 걷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다녀야 했으니까. 소화장애는 물론이고 수족냉증에 내내 시달려야 했고, 추위에 항상 벌벌 떨어야만 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겨울을 지나고 나서는 병원신세까지 졌다. 


 '올해는 꼭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겨울을 보내야지.' 결심하고는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에 한국보다 더 무더운 나라에서 뜨겁게 보냈지만..

 

 어느덧 귀국했을 때는 이미 여름의 끝자락이었고 가을은 예상치 못하게 성큼 다가와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또다시 추위에 맞서 싸워야 했다. 

 매일 매시 나는 병적인 무기력증으로 바깥 생활을 할 여력이 없었고 그렇게 바깥 생활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음식을 먹고 나자마자 토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으며, 다음 날 일어났을 때마다 온몸은 땡땡 불어 하루를 꾸려나갈 수 있는 기쁨이란 그 당시에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한 거란다.'

 라고 줄곧 말씀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이때 동안은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 조그마한 자극도 나에겐 큰 스트레스로 밀려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터지는 게 일상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고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점차 나는 한의학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고 있다. 

 아직도 추운 공기와 날카로운 바람이 두려워 나가는 것을 꺼리긴 하지만, 사람들과 편히 대화할 수 있고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호전되었다. 

 

 건강하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어떠한 현상들, 생각들을 크게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헤아릴 수 있는 강한 마음이지 않을까-라고 살며시 생각해본다.

 

 다행히도. 기약 없을 것 같았던 봄이 살며시 다가오고 있다.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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