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방법들 중 가장 편한 그것.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여러 가지 특징들에 만족하고, 하루하루를 내 능력껏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남들은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만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씩 너무 쉬운 말로 평가당하고, 더러운 말과 함께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평가'의 시간이 끝나면 나는 또 금세 잊혀져 당장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먼지 같은 존재가 된다.
여러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먹은 음식을 모조리 게워내어야 했던 밤, 나는 생각했다.
나 하나 뿐이구나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한사람일 뿐이구나.
살면서 나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상처받았고 무너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랑하는 나 자신이 가여웠다.
그래서 내 주변으로 벽을 쌓아버렸다. 투명하지만 뚫을 수 없는 벽. 가시 같은 말들이 다 튕겨 나가는 벽.
능청스럽게 웃고 넘길 수 없는 성격을 가진 나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게 제일 편했다.
소중한 나를 지키기 위해 숨어버렸다.
요즘은 자존감이라는 말을 너무 남용한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는 이유는 자존감이 부족해서라며 상처를 준 사람보다 상처받은 사람이 잘못인 듯 말한다.
하지만 반대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감추고 싶다.
자존감이 높아서 숨고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