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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인 Dec 16. 2015


2011년 여름

막창과 소주 _ 대구

  사진을 정리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글을 쓰다 보면 '난 도대체 여길 가서 뭘 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꽤 있다. 2011년 여름, 막창과 소주 사진만 잔뜩 찍혀 있는 대구도 바로 그런 곳이다.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여행, 대구도 별 생각 없이 들른 곳이다. 정확히는 지나가다 보이길래 들른 곳인데, 생전 처음 와 보는 곳임에도 과감하게 기차에서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군 시절 선후임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비빌 언덕이 있었다는 뜻. 당시는 군 전역 후 1년, 아직 전우란 이름이 주는 애틋함이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2011년의 대구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이거다. 2011 대구 세계육상 선수권대회. 대구에 도착해 제일 먼저  둘러본 곳도 여기. 그 긴장이, 설렘이 왠지 모르게 느껴지더라나.


  경기장을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본 후에는 막창을 먹으러 내려왔다. 그 유명한 대구 막창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막창을 먹으며 소주를 마셔주지 않는 것은 막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건 세상이 모두 아는 이치다. 고로 대구 소주인 '참'도 한 잔 곁들여진다.


  대구 막창은 위 커버 사진처럼 큼직하게 한 '장'씩 나오는 게 특징이다. 요즘에야 워낙 많은 막창 체인이 생기면서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지만, 왠지 한 '점'보다는 '장'으로 나오는 대구 막창이 더욱 맛있었던 것 같다. 이제서 비교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이후로도 대구를 갈 때마다 꼭 막창을 먹고 오지만, 이상하게 서울에 올라온 대구 막창 체인에는 발길이 잘 가지 않는다. 맛이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대구 막창을 서울에서 먹는다는 거, 왠지 싫은 느낌이다.


  이때, 소주를 마시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아직은 숭고하던 전우애를 불태우며 군대 이야기를 실컷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와 기억에 남은 건 서울에서 왔다 하니 서비스를 주셨던 주인장 아주머니의 친절함과 따뜻한 미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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