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보다 수다
3천명에서 4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화창으로 작은 화면 안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예전에는 라디오가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유트브 라이브 방송으로 먹방 유투버와 이야기를 나눈다. 라디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라디오는 짧은 이야기와 음악이 흐르지만 먹방은 정말 저녁을 먹으면 수다를 떠는 것 같다는 점. 썩 나쁘지 않다. 집순이로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게 부담스럽거나 약속을 잡는 것이 심적으로 어려울 경우 내가 언제든지 들어갔다가 나갈 수 있는 방송을 통해 궂이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게 재미있다. 그것도 늦은 밤 아이들을 재우고 야식을 먹는 대신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기분도 든다. 내가 먹으면 살찌지만 나는 지금 먹지 않으면서 소리로 그 맛을 떠올리며 먹는 기분. 나는 살찌지 않으니 더 만족스럽다. 다이어트 할 때 라면이 너무 먹고 싶으면 먹방으로 라면 먹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뭔가 배부른 기분도 느낀다. 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었을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극 소수이다. 가까이에 가족들이 살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잘 이야기 하지 않는 나 때문일 수도 있고 이제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느라 젊은 날 처럼 쉽게 수다를 떨던 나이가 지나서 일 수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고 경제적인 것을 채워나가느라 열심히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는 쉽게 내 속을 터놓지 못하고 혼자서 일기를 쓰며 털어내기도 한다. 사람을 안만나니 수다가 마렵다. 그러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봇물터지듯 방언을 하듯 속 내를 털어놓고 나면 후회를 하고 오는 날도 있다. 쓸데없는 이야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나 혼자 별 얘기를 다했네 하고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렇게 먹방을 켜놓고 다른 사람들의 수다를 듣는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더 마음이 놓이고 편하다. 내가 수다를 떨지 않아도 어쨌든 세상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 든다. 혼자 벽 뒤에서 외톨이처럼 일기만 쓰면서 끙끙 거리는게 아니라 사회화 되어 있다는 위안. 비록 작은 위안이기는 하지만 혼자 있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드니 다행이다 싶다.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보다.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 돌아와 갑자기 혼자 있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역시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고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화면이 아닌 숨결을 느끼고 촉감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가보다. 하지만 약속을 잡고 약속이 취소되는 위안을 얻고 싶은 것 것처럼 먹방은 내 마음대로 약속을 어길 수 있으니까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