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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거시기 Feb 05. 2020

통영과 대중문화 #8

'네미시스'

통영에서 자란 80년대 초·중반 세대라면 모르지 않을 이름일 겁니다.

통영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 스쿨밴드로 시작했던 팀이 KBS나 MBC같은 방송에도 나오고 노래방에도 몇 곡이 실렸지요.

그 중에 '솜사탕'같은 노래는 제 지인들을 비롯해 즐겨 부르는 사람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당시 다니던 충무고에서 스쿨밴드를 하며 네미시스 선배들이 하는 걸 어깨 너머로 지켜봤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당시 여러 학교의 밴드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던 실력을 그 당시에 이미 갖추고 계셨었지요.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X-Japan이나 Dream Theater같이 난이도가 꽤 높았던 밴드의 곡들을 연주 했었어요. 게다가 선배들의 인물도 출중했기에 서울에 올라가서도 인기밴드가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네미시스도 처음엔 인디 밴드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디 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제 머릿속에 네미시스는 TV에 출연했어도 인디 밴드로 의식하고 있습니다.

TV에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메이저는 아니거든요. 아무튼 화려한 화장과 다양한 색깔의 머리, 이전 원고 때 언급한 제가 갖고 있던 인디 밴드의 이미지와는 좀 많이 달랐었습니다.


상경 후 이런 일 저런 일을 했는데 지금을 보니 어느새 '인디 레이블'을 차리고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는 전혀 생각은 커녕 상상도 못하고 있던 일이지요.

다른 레이블들처럼 뮤지션의 음반을 제작하는 건 아니고 소속 뮤지션 없이 오로지 공연만 만들고 있지만 아무튼 저희도 누군가의 돈을 받아 운영하는 게 아니라서 ‘인디’이긴 합니다. 물론 얼마 안되는 자비로 운영해 나가려니 다른 업무로 돈을 벌면서 사실상 투잡을 뛰고 있긴 하지요.

아무튼 일 때문에 인디밴드나 공연을 자주 접하고 이리 저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평소에 서울에서 보기 어려웠던 통영 출신의 밴드, 통영 출신 인물이 활동하는 밴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줄리아 드림'이라는 팀인데요. TV에 출연한 적이 거의 없어 생소할 수 있겠지만 줄리아드림은 미국 투어를 다녀올 정도로 역량 있는 팀입니다. 지금은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지만 휴지기 이전 마지막 공연 때, 소규모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100명이 넘는 팬들이 모였었죠.

줄리아드림의 드러머인 염상훈 씨가 통영 출신입니다. 통영고 출신으로, 제가 아는 다른 후배와 친구라고 하더군요. 뭐 그런 사실을 떠나 줄리아드림은 워낙 좋아하던 밴드긴 했습니다.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줄리아드림도 마찬가지지 아닐까? 라고 제 마음대로 생각해 봅니다.


https://youtu.be/WD0FQSZLA3E


<줄리아드림 ‘가위’> / 출처: 네이버 온스테이지


줄리아드림 외에도 다양한 팀들이 인디 음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홍대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홍대의 인디뮤지션들이 통영을 찾기도 하지요.

이전 원고 때 언급한 커피 로스터즈 수다를 통해 많은 뮤지션들이 무대에 섰고 투스토리, 신승은, 정밀아 등의 뮤지션이 두 번 이상 통영을 찾았지요. 가끔 공연에서 뵈면 통영에 대해 극찬을 하시더군요. 통영의 정겨움과 자연, 그리고 맛난 술까지 말이죠.


저도 항상 서울을 떠난다면 통영만큼 예술하기 좋은 곳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5~60년대에 통영의 르네상스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니었죠. 지금은 잠시 르네상스가 쉬어간다고 생각하지만 통영의 문화예술적 저변이 있기에 언제나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저 역시 노력을 해야겠지요. 어쨌거나 이 통영은 제가 사랑하고 또 제가 여생을 보낼, 저의 고향이니까요.


출처 : 미디어스 통영(http://www.mediaus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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