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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쌤 Sep 06. 2015

아직도 학교가 좋다

철부지 수학선생님의 좌충우돌 학교 이야기 #2

"선생님, 차라리 화를 내세요."

학교에 있다보면 손 떨릴 정도로 흥분하게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막 화를 내다가 화가 가라앉고 나면, 나를 보고있는 30여명의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면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화풀이 쇼를 막 마친 기분이란.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를 생각해 봤다. 선생님이 화를 낼 때 나는 정말 반성하는 마음으로 그 얘기를 들었었는지. 

일단, 선생님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무서웠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언제 그 시간이 끝날지 기다렸다. 그리고 옆 반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우리 담임쌤 오늘 기분안좋은 일 있었나봐. 별일 아닌데 괜히 엄청 화냈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은 화를 내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던 '무서운'선생님이 아니라 잘못한 것을 분명히 일깨워주는 '단호한'선생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이었다. 화가 났을 때는 아무 말 없이 종이와 연필을 준다. 반성문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은 

1. 반성문을 쓰게 된 이유 

2. 선생님이 왜 화가 났을지 생각해보기 

3. 다음에 또 이런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러는 사이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화로 가득한 마음이 사그라들 시간을 버는 것이다.반성문을 받아서 읽다보면 기가 찬다. 어찌나 사연이 구구 절절한지..

신체포기각서(?)에 가까운 글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러면 화난 마음이 사그라 들고, 이 아이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나온다.

마주 앉혀 놓고 반성문을 한번 읽게한 후 얼굴을 보게한 후 이야기를 나눈다. 중학생, 한창 외모에 관심 많고, 진지한게 어려운 나이다. 이 시간을 정말 힘들어 한다.


그래서 내가 종이와 연필을 가지러 가면, 긴장을 한다. 막 사정사정한다.

"선생님, 차라리 화를 내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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