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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Jan 11. 2020

반디와의 10년

         7. 중학생 마리                      



7. 중학생 마리 (2)


   이모가 반디의 미용을 위한 바리깡을 샀다. 3만원부터 20만원까지 종류가 많았는데 10만원이면 꽤 쓸 만 하다고 해서 그걸로 샀다. 

반디를 집에서 미용하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처음 미용을 하고 집에 와서는 한나절동안 구석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게 미용하는 동안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미용을 안 시킬 수는 없었다. 한 달만 지나면 고불고불한 털이 얼굴을 덮고 입가를 덮었다. 아무리 오래있다 시킨다 해도 세달을 넘기기는 무리였다. 게다가 점차 횟수가 쌓일수록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행동을 하지 않았으므로 별문제가 없었다. 또 병원의 미용 언니들은 다 친절했고 반디와 낯이 익어서 마음이 놓였지만 맡기고 돌아설 때는 영 마음이 편치않다.

  그러나 미용을 하고 난 반디의 모습은 너무 이뻐서 입을 다물 수 없다. 특히 그 동그란 눈과 날렵한 입이 그대로 드러나니 그저 보고만 있어도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다 드러난 발가락도 이쁘고 앙증맞은 꼬리도 귀엽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 때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이 귀엽고 식사 후 볼록하게 나오는 배도 예쁘다. 뛸 때는 뒷다리 근육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보이며 으르릉 댈 때 콧등에 세로로 잡히는 주름도 예쁘다. 그래서 미용을 하면 보기는 좋지만 우리의 마음 한 켠엔 반디가 힘들 텐데, 불안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어느 날 이모가 용단을 내려 이제부터 미용은 집에서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를 걱정에서 해방시켰다.

이모는 준비를 위해 병원에 들러 미용언니에게 주의사항을 여러 가지 들었다. 닥터정은 미용을 집에서 하겠다는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미용언니는 겨드랑이와 항문주위, 눈가, 입가의 살이 특히 연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모가 반디의 미용을 위해 고군분투한 역사는 실로 표창감이다. 처음 깎던 날, 반디는 깔아놓은 몇 장의 신문지를 헤집고 수북이 쌓인 털을 사방에 날리며 도망쳤다. 이리와, 예쁘지, 아이고 예쁘다, 결국엔 잡아, 잡아, 이리 오지 못해, 온 식구가 반디 잡으랴, 날리는 털 주우랴, 전쟁을 치렀다. 반디는 이 상황을 놀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겨우 잡아서 깎긴 했지만 목욕을 시키고 나니 온 몸이 쥐가 뜯어먹은 것 같았다. 얼마나 심한지 몸을 쓸어보면 울퉁불퉁했다. 밥을 먹다가도 그 꼴로 앉아 있는 반디를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책길에서 만난 아저씨는 얘가 피부병이 있는거 아니냐고 걱정을 해줄 정도였다. 도저히 봐줄 수 없어서 일주일 후 다시 도전했지만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지를 깔고 바리깡을 갖고 나오자 반디는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놀이 태세를 갖추었다. 결국 가족 중 누구도 이걸 도울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반디에게는 다른 환경이 필요했다. 세 번째의 시도는 집에 이모와 반디 둘만 있을 때 실행했다. 달라진 분위기 때문인지 반디는 좀 얌전했으며 그 결과 비교적 덜 흉하게 완성이 되었다. 바리깡 날에 3미리 안전덮개를 씌우고 깎으면 대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제일 어려운 부분은 얼굴과 발인데 발은 예민한지 자꾸 피해서 어렵고 얼굴은 눈, 코, 입이 너무 작은 공간에 모여 있으므로 어려워 보인다. 이모는 눈 가장자리와 입의 양 옆을 깎을 때는 행여 다칠까봐 긴장해서 침이 마르고 손에 끈적하니 땀이 밴다고 했다.

털을 깎고 목욕을 시키고 나면 반디는 거실을 10바퀴쯤 날뛰며 돌았다. 처음 미용할 때 걸리는 시간은 거의 두 시간이 었지만 점차 줄어들어 한 시간에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모의 실력은 여전히 그저 그랬다. 모양을 내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그냥 3미리로 말끔하게만 하는 것이 최선인 미용임에도 그 말끔하게가 쉽지 않았다.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처음의 아저씨처럼 피부병에 걸린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지만 반디가 푸들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모의 보잘것없는 실력이 반디를 국적불명의 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우선 반디가 미용을 위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었고 이런 모습을 한 개는 오직 반디 뿐 이라는 특이성이 그러했다.

  우리만의 반디, 어떤 모습이어도 우리의 반디이기 때문에 더 사랑할 수 있는것, 그거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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