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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미잘 Feb 28. 2024

겁쟁이 아빠


겁 없는 시절이었다

비가 오면 빗길을 걷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었다


자라나는 식물에

지난밤 쏟아진 토사물 위로도

햇빛은 쌓였다

나는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네가 왔다


아빠는 이제

번쩍번쩍 잠에서 깨고

문득문득 가슴 졸여서

길에 주저앉아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리다가

방긋 웃는 너를 보며

말랑하게 품에 안긴 너를 보며

다 괜찮다고

되뇌며 깨닫는다


나는 겁쟁이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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