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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미잘 Oct 21. 2024

학교

매 시간 종이 울리는데 끝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오늘의 배움이 내일로 이어지듯

오늘의 어려움이 내일로 이어져요

나는 그게 어려워요


꽃을 심겠다고 다짐한 날도 있었습니다

주머니에는 온통 말 뿐입니다

쓰러진 화분처럼 말했어요

검은흙을 토해놓고 나면 깨진 사기 조각이 덜그럭거려서

힘든 날엔 무엇이 잘못인지 여러 번 곱씹습니다


내 탓을 합니다

꽃 탓을 합니다

세상 탓을 합니다

탓하는 내가 바보 같습니다

그냥 그런 거라는 말이 입에 붙습니다


그동안에도 쓰러지는 화분을 막을 수는 없어요

어느새 바닥은 흙투성이입니다 그냥 그런 거예요

흙이 다 지고 나면 사방이 고요하도록

조약돌을 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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