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석 Jan 12. 2024

코로나를 지금에서야 걸렸다.

운이 꽤 좋았는데 말이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11월, 12월을 정신없이 보냈다. 실은 바쁜 일들로 정신이 없었다.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의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게 낙인데 작년 연말은 그럴 새도 없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 늘 1월 중순이 다 돼 가야 지난 연말을 돌아본다. 새해 첫 주까지 연말의 여파로 정신없는 건 매한가지. 이제야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며칠 전 작년 말에 의뢰받았던 작업들과 함께 새해 첫 몇 작업들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낮엔 괜찮았는데 오후부터 몸에 한기가 돌고 점점 기운이 빠졌다.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몇 정거장 안 되지만 그마저도 힘들 것 같았다. 마침 아들 자전거가 있어 옷을 동여 메고 자전거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타면 그나마 버스 기다리고 타고 내리고 걷고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안 좋은 몸 상태에서의 자전거는 생각보다 무리였다.


집에 도착해 아내가 끓여준 밥을 좀 먹고 이른 저녁에 그대로 뻗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열이 올라 자는대도 편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15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1분 여만에 두 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렇게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도, 나 빼고 아내와 아들 둘이 동시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멀쩡했었는데 사람들과 왕래도 별로 없었고 조용히 지내던 요새 이렇게 코로나에 걸리다니 어이없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안 걸릴 줄 알았는데. 면역력이 강하든지 운이 아주 좋든지, 이유야 어쨌든 아직까지 코로나에 안 걸렸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집에 있는 감기약으로 버텨볼까 하다가 그래도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이 효과가 있을 것 같아 동네 병원에서 해열 주사를 엉덩이에 맞고 약을 지어 왔다. 엉덩이 주사는 웬만하면 괜찮은데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주사 바늘이 굵어서 그런 건지, 약이 쎄서 그런 건지, 아무튼 이제까지 맞은 엉덩이 주사 중에서 가장 아픈 주사였다. 병원을 나와서도 한동안 계속 문질렀다. 그래도 덕분에 열이 좀 가라앉아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오늘이 3일째 되는 저녁인데 오늘 아침에는 매스꺼움에 어지러웠다. 가뜩이나 전정신경염이 있어서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지러움이 있는데 그게 온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됐다. 다행히 그 이상 어지럽진 않아서 다행인데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렇게 쉬고 있는 것도 참 불편하다. 아픈 아내가 고생하는 것도 맘이 좋지 않고. 컨디션만 좀 좋아지면 작업실에 나가도 좋으련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봐야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급한 일들을 다 마치고 딱 그날 저녁부터 아팠다는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모든 일이 몸이 아프면 당연히 힘들겠지만 내 일이 디자인이다 보니 컨디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감정적으로 안 좋아도 디자인이 힘들고 몸이 안 좋아도 힘들다. 생각을 하고 그걸 표현하는 직업이다 보니 되도록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약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면 괴롭게 일을 진행하든지 못 한다고 했을 건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잘 회복되서 어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감사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